저온살균
저온살균(低溫殺菌, Pasteurization)은 100 °C 이하의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식품과 음료를 가열하여, 식중독이나 부패를 일으키는 병원성 미생물만을 선택적으로 사멸시키거나 활동을 억제하는 가공 기술이다[1][2]. 이 방식은 식품을 완전히 무균 상태로 만드는 멸균(Sterilization)과 달리, 포자를 제외한 유해 세균을 제거하면서도 열에 약한 영양소와 고유의 풍미 파괴를 최소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2].
1. 역사적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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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파스퇴르법’으로도 널리 알려진 저온살균법은 1862년 프랑스의 화학자이자 미생물학자인 루이 파스퇴르(Louis Pasteur)와 생리학자 클로드 베르나르(Claude Bernard)의 공동 연구를 통해 공식적으로 입증되었다[3][4]. 당시 프랑스의 주요 산업이었던 포도주와 맥주가 유통 과정에서 쉽게 산패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되었으며, 1864년에 정식 기술로 완성되었다[1][3].
파스퇴르의 발견 이전에도 유해 미생물의 사멸과 가열 보존에 대한 시도는 존재했다. 역사적 기록에 따르면, 1117년 중국에서 황주(黃酒) 등의 술을 장기 보존하기 위해 가열을 통한 저온살균을 처리했다는 사실이 전해진다[1][2]. 서양에서는 1810년 프랑스의 니콜라 아페르(Nicolas Appert)가 가열 조리한 식품을 병에 밀폐하는 병조림을 고안하기도 했다[1][2]. 그러나 미생물이 부패의 직접적인 원인임을 명확히 밝히고 온도를 제어하여 정교한 살균 공정을 수립한 것은 파스퇴르의 업적이다[3][5]. 이후 1886년 독일의 프란츠 폰 소스레트(Franz von Soxhlet)가 우유의 저온살균을 제안하면서 유제품 산업의 현대적 유통과 공중보건 향상에 크게 기여하였다[2].
2. 살균의 원리와 주요 공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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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온살균의 과학적 핵심은 미생물의 단백질 변성을 유도하여 생리 기능을 마비시키는 한편, 가열로 인한 식품 내부의 유기물 변성은 최소한으로 제어하는 데 있다[2]. 대표적인 가공 공정은 온도와 유지 시간에 따라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구분된다[6].
| 구분 | 영어 약칭 | 온도 조건 | 처리 시간 | 주요 대상 식품 |
|---|---|---|---|---|
| 저온 장시간 처리법 | LTLT | 60~65 °C | 30분 | 우유, 아이스크림 원료, 과일 주스[6] |
| 고온 단시간 처리법 | HTST | 71~75 °C | 15~20초 | 액상 전란, 우유, 맥주[6] |
| 초고온 처리법 | UHT | 130~150 °C | 0.5~5초 | 상온 보관 우유, 상용 차 음료[6] |
이 외에도 식품의 산도(pH), 열전도성, 점도 등에 따라 처리 방식이 세밀하게 조정된다[1]. 특히 우유와 같이 단백질과 지방이 유화된 콜로이드 식품은 유효 영양소를 보존하면서 미생물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적합한 살균 조건이 엄격히 적용된다[7].
3. 차(茶) 및 유가공 음료 분야에서의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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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온살균은 녹차, 홍차 등의 차 음료(RTD 제품) 개발과 콤부차, 밀크티 등 복합 음료의 풍미와 품질 보존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8][9][10].
3.1 차 성분의 열적 이성화와 카테킨의 변화
녹차나 홍차 등의 차 음료를 고온에서 장시간 가열할 경우, 차 고유의 항산화 성분인 에피갈로카테킨갈레이트(EGCG)를 비롯한 비중합체 카테킨류가 열적 변화를 겪게 된다[8]. 살균 과정의 열처리는 카테킨 분자의 구조를 바꾸는 이성화(Epimerization) 현상을 자극하여, 떫고 쌉싸름한 고유의 맛을 부드럽게 만들거나 화학적 성질을 변형시킨다[8][11]. 또한 가열 살균 시 카테킨이 산화하거나 침전물을 형성할 수 있어, 최근에는 무균충전(Aseptic Filling) 시스템과 결합된 정교한 단시간 저온살균이 맑고 신선한 녹차 본연의 맛을 지키는 데 활용된다[12][13].
3.2 밀크티와 저온살균 우유의 물리적 조화
우유와 홍차를 혼합해 제조하는 밀크티(Milk Tea)의 풍미는 우유에 가해지는 열처리 방식에 매우 민감하다[9]. 밀크티의 진한 홍차 베이스로는 주로 강건한 바디감을 지닌 아삼이나 독특한 훈연향을 자랑하는 정산소종 등이 활용된다[9][14]. 이 차들을 우려낸 뒤 상온의 우유를 섞을 때, 초고온살균(UHT)을 거친 우유는 단백질이 이미 고열에 의해 크게 변성되어 우유 특유의 가열 취가 나고 식감이 텁텁해지기 쉽다[9]. 반면, 63~65 °C에서 가공된 저온살균(LTLT) 우유는 단백질 변성이 최소화되어 유화 상태가 양호하며, 홍차 고유의 카테킨 및 홍차의 적갈색을 형성하는 주요 폴리페놀인 데아플라빈 성분과 깔끔하게 어우러진다[9][15]. 이는 밀크티 제조 시 한층 부드럽고 끈적임 없는 목넘김을 제공하는 요인이 된다[9].
3.3 콤부차의 효모 통제와 유통 안정성
효모와 박테리아의 복합체인 스코비(SCOBY)를 이용해 차와 설탕을 발효시키는 콤부차는 지속적으로 탄산과 유기산이 생성되는 동적 음료다[16]. 상업용 콤부차를 유통할 때 병의 폭발 위험을 막고 알코올 함량 상승을 방지하기 위해 저온살균 공정을 거치기도 한다[17]. 저온살균을 거친 콤부차는 미생물 활성이 정지되어 실온 유통이 가능해지는 이점이 있으나, 동시에 건강상 이점으로 여겨지는 프로바이오틱스(유익균)가 함께 사멸한다는 한계가 있다[10].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저온살균을 하지 않은 '생콤부차(Raw Kombucha)'와 유통 기한 및 위생 안정성을 우선시한 '저온살균 콤부차'가 분류되어 소비된다[17][18].
3.4 전통 유가공과 저온살균의 대조
우유를 가열하는 방식은 제품의 구조적 특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9]. 일례로 튀르키예의 전통 크림인 카이막은 저온살균이나 고온멸균 처리를 거치지 않은 가공 전 생원유(Raw Milk)를 천천히 약한 불에서 끓여 표면에 형성되는 유지방과 단백질 막을 걷어내는 방식으로 만든다[19]. 이미 변성이나 기계적 여과를 마친 일반 시판 우유로는 이와 같은 풍부한 지방층 막을 형성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유가공 제품 개발에 있어 살균 온도 조절이 중요한 물리적 변수로 작용함을 알 수 있다[19][20].
4. 특징 및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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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온살균법은 인류의 영양과 위생 수준을 급격히 끌어올린 혁신적인 방법이지만, 고유의 물리적 특징과 적용상 한계가 존재한다[2][3].
- 영양소와 풍미 보존: 고온멸균에 비해 단백질의 급격한 응고나 파괴가 없고, 비타민 C와 같이 열에 약한 수용성 영양소가 비교적 우수하게 잔존한다[1][7].
- 유통 기한의 제약: 저온살균은 결핵균, 살모넬라균, 브루셀라균 등 병원성 비내열성 균은 완전히 사멸시키지만, 고열에 견디는 내열성 포자(Spore)나 젖산균 일부는 살아남는다[2]. 따라서 개봉 후에는 미생물이 재증식할 우려가 있으므로 냉장 보관을 필수적으로 요하며, 유통 기한이 고온멸균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다[2].
- 설비의 복잡성: 정밀한 온도 유지를 위한 가열 및 급속 냉각 설비가 갖춰져야 하므로 생산 과정에서의 엄격한 공정 관리가 필수적이다[6][21].
이러한 제한점에도 불구하고, 식자재의 천연 가치와 원물 고유의 향미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화되면서 차와 유가공 제조 산업 전반에서 저온살균 공정의 중요성은 지속적으로 강조되고 있다[9][13].
같이 보기
각주
참고 문헌
- Louis Pasteur, 'Études sur le vin', Imprimerie Impériale, 1866.
- Franz von Soxhlet, 'Über Milchsterilisation', Münchener Medizinische Wochenschrift, 1886.
-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의 기준 및 규격', 식품의약품안전처고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