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두위키
로그인

옥로

옥로(玉露)는 찻잎의 독특한 재배 및 가공 방식을 통해 선명한 녹색과 깊은 감칠맛을 극대화한 최고급 녹차의 일종이다[1][2]. 일반적으로는 수확하기 전 일정 기간 동안 햇빛을 차단하여 키우는 일본의 최고급 차광 녹차인 '교쿠로(Gyokuro)'를 지칭하지만, 중국 호북성 은시 지역에서 생산되는 전통 증제녹차인 '은시옥로(恩施玉露)'를 가리키기도 한다[1][3].

옥로 도식

역사와 유래

편집

일본의 교쿠로

일본의 옥로(교쿠로)는 에도 시대 말기인 1835년에 처음 개발되었다[1][4]. 에도의 유명한 차 상인이었던 야마모토야마(山本山)의 6대 주지 야마모토 카헤에(山本嘉兵衛)가 교토부 우지(宇治) 지역의 차 농가를 방문했을 때, 농민들이 찻잎을 서리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짚 가림막을 씌우는 것에서 영감을 얻었다[1][5]. 그는 이 차광 방식을 고급 센차(煎茶) 개발에 적용하였고, 끈적끈적하고 달콤한 맛이 나는 독특한 차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하였다[1]. 이후 메이지 시대에 이르러 제법이 한층 더 정교해졌으며, 우려낸 찻잎의 새싹이 마치 '옥과 같이 빛나는 이슬'과 같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교쿠로(玉露)'라는 명칭이 확립되었다[1][5].

중국의 은시옥로

중국의 은시옥로는 호북성 은시 투자족·묘족 자치주 은시시에서 생산되는 차로, 그 역사는 당나라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3][6]. 청나라 강희제 연간에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려졌으며, 완성된 찻잎이 귀한 옥처럼 푸른빛을 띤다 하여 초기에는 '옥록(玉綠)'이라 불렸다[3][6]. 그러나 현지 방언에서 '록(綠)'과 '로(露)'의 발음이 같은 것에 기인하여 1930년대에 이르러 '은시옥로(恩施玉露)'로 개칭되었다[3][6]. 중국 내에서는 매우 드물게 전통 증제(수증기로 찌는 방식) 기법을 온전히 보존하고 있는 녹차이다[3][7].

재배 및 제법

편집

일본 옥로의 피복재배

일본 옥로의 가장 큰 특징은 수확 전 약 20일에서 25일 동안 차밭 전체에 차광막을 씌워 햇빛을 차단하는 피복재배(覆い下栽培)이다[1][8]. 전통적인 방식인 '전통 본교쿠로'의 경우 갈대로 만든 발(요시즈) 위에 볏짚을 얹어 빛을 차단하며, 현대에는 검은색 합성 섬유 차광망을 씌우기도 한다[8][9].

  • 차광률 조절: 초기 710일 동안은 약 6070%의 햇빛을 차단하고, 수확 직전에는 최대 95~98%까지 빛의 양을 제한하여 광합성을 극도로 억제한다[8].
  • 엽록소와 색상: 빛이 차단된 환경에서 차나무는 생존을 위해 광합성 효율을 극대화하고자 엽록소(클로로필) 함량을 대폭 늘린다[5][8]. 이로 인해 찻잎은 다른 녹차에 비해 매우 짙고 선명한 에메랄드빛 초록색을 띠게 된다[2][5].
  • 채엽 및 가공: 이른 봄에 처음 돋아난 가장 부드러운 새순과 상위 2장의 잎만을 손으로 정밀하게 수확한다[1][2]. 수확 직후에는 즉시 뜨거운 수증기로 쪄서 찻잎 내부의 산화효소 작용을 억제함으로써 녹색을 고정한다[10]. 이후 비비기(유념)와 건조 과정을 거쳐 찻잎을 얇고 곧은 바늘 모양(침상형)으로 성형한다[2].

중국 은시옥로의 제법

중국의 은시옥로는 차광재배를 거치지 않고 햇빛 아래서 일반적인 방식으로 자란 찻잎을 사용한다[3]. 그러나 제다 과정에서는 솥에 덖어 살청하는 대부분의 중국 녹차와 달리, 섭씨 100도 이상의 수증기로 찌는 증청(蒸靑) 과정을 거친다[11]. 수공으로 찻잎을 비비고 문지르는 고유의 성형 공정을 통해 솔잎처럼 가늘고 곧게 뻗은 독특한 외형을 완성한다[3][11].

화학 성분과 약리 작용

편집

옥로는 특수한 재배 기법으로 인해 여타 일반적인 녹차 품종과 구분되는 독특한 화학적 조성을 보인다[2].

L-테아닌과 감칠맛

찻잎의 뿌리에서 합성되어 잎으로 이동하는 아미노산의 일종인 L-테아닌(L-Theanine)은 햇빛을 받으면 광합성 과정을 거쳐 떫은맛을 내는 카테킨 성분으로 전환된다[1]. 그러나 옥로는 수확 전 햇빛을 완전히 차단하기 때문에 테아닌이 카테킨으로 변하지 않고 잎 내부에 고스란히 축적된다[1]. 이로 인해 옥로는 말린 찻잎 100g당 약 2,650mg에 달하는 풍부한 L-테아닌을 함유하게 되며, 이는 일반 센차의 2배 이상에 달한다[12]. 테아닌은 차에 다시마 국물이나 갓 찐 콩과 유사한 진한 감칠맛(우마미)과 단맛을 부여한다[1][2].

카페인과의 상호작용

그늘에서 자란 찻잎은 단위 중량당 카페인 함량이 매우 높다[2]. 옥로를 진하게 우려내었을 때 100ml당 카페인 함량은 약 120~140mg에 육박하여 일반적인 홍차나 커피보다 높게 나타날 수 있다[2]. 그러나 풍부하게 함유된 L-테아닌 성분이 카페인의 자극적인 활성을 억제하고 완화하는 작용을 한다[2]. 이 시너지 효과 덕분에 카페인 특유의 불안감이나 초조함 대신, 정신을 맑게 하고 차분하게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인지 기능 보조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2].

카테킨 및 플라보노이드 억제

광합성이 차단되면서 떫은맛과 쓴맛의 주원인인 에피갈로카테킨 갈레이트 등의 에스테르형 카테킨 합성이 억제된다[1][13]. 찻잎에 포함된 다양한 플라보노이드 화합물 및 소량의 사포닌 성분 역시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떫은맛이 적고 부드러운 목 넘김을 완성하는 데 기여한다[14].

셀레늄 (은시옥로의 특징)

중국 은시 지역의 토양은 세계적인 셀레늄(Se) 광상 지대로 유명하다[3][6]. 이 지역에서 자란 은시옥로 찻잎은 유기 셀레늄 함량이 극히 높다[3][6]. 셀레늄은 인체 내에서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수행하여 세포 손상을 방지하고, 노화 억제 및 전반적인 면역력 증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필수 미네랄로 알려져 있다[6][7].

산지 및 종류 분류

편집

옥로는 생산지와 찻잎의 처리 방식에 따라 다음과 같이 세부적으로 분류할 수 있다[4][12].

명칭 주요 산지 특징
우지 옥로 (宇治玉露) 일본 교토부 우지시 및 주변 야마시로 지역[15] 일본 옥로의 원조이자 정신적 고향으로, 품격 있고 우아한 향기와 기품 있는 단맛이 돋보임[2][4].
야메 본옥로 (八女本玉露) 일본 후쿠오카현 야메시[15] 전통적인 볏짚 피복 방식을 고수하며, 전국 차 품평회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최고급 등급의 옥로 생산지임[2][9].
아사히나 옥로 (朝比奈玉露) 일본 시즈오카현 후지에다시 오카베초[16] 우지, 야메와 함께 일본 3대 옥로 산지로 꼽히며, 맑은 수질을 바탕으로 깔끔하고 청량한 향미가 특징임[16][17].
은시옥로 (恩施玉露) 중국 호북성 은시시[3] 차광재배는 하지 않으나 증기 살청 제법을 통해 제조되는 중국의 명차로, 미네랄 셀레늄이 매우 풍부함[3][6].
가부세차 (かぶせ茶) 일본 미에현 및 교토부 등[4] 수확 전 약 7~14일 동안만 짧게 차광재배를 거친 차로, 옥로의 감칠맛과 센차의 산뜻한 떫은맛을 동시에 갖춤[8][18].

음용 방법 (우리는 법)

편집

옥로는 뜨거운 물로 우릴 경우 쓴맛과 떫은맛을 내는 카테킨카페인 성분이 과도하게 추출되어 본연의 섬세한 감칠맛을 해치게 된다[1][19]. 따라서 온도를 대폭 낮춘 정교한 다법(茶法)이 요구된다[1][20].

전통적인 저온 우림법

  1. 정량 구성: 1인 기준 찻잎 약 35g에 물 3050ml의 고농도 비율을 기본으로 한다[20]. 주전자는 개구부가 넓고 뚜껑이 있는 개완이나 손잡이가 없는 호힌(宝瓶), 혹은 작은 큐스(急須)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20].
  2. 물 온도 조절: 끓인 물을 물 식힘 사발(유사마시)이나 찻잔에 여러 번 옮겨 담으며 섭씨 50도에서 60도 내외로 충분히 식힌다[20].
  3. 우리는 시간: 식힌 물을 주전자에 붓고 약 90초에서 120초 동안 천천히 우려낸다[1][20]. 이 조건에서 카테킨의 추출은 억제되고, 저온에서도 잘 용해되는 L-테아닌이 집중적으로 용출되어 걸쭉하고 묵직한 감칠맛의 찻물이 완성된다[2][19].
  4. 마지막 방울까지 따르기: 차를 잔에 나눌 때는 주전자를 흔들지 않고 조금씩 번갈아 따르며, 주전자 내부의 마지막 한 방울(이를 '황금의 방울' 또는 '옥로의 정수'라 칭함)까지 완전히 짜내어 담는다[20]. 주전자에 물이 남으면 찻잎이 계속 우러나와 다음 우림의 맛을 망치기 때문이다[20].
  5. 재우림: 두 번째 우림은 온도를 조금 더 높인 6070도 물에서 대기 시간 없이 즉시 따라내며, 세 번째 우림은 7080도 물에서 약 30초간 우려내어 잎 고유의 푸릇푸릇하고 청량한 풀 향의 변화를 즐긴다[20].

우린 찻잎의 식용 활용

세 번 이상 우려내어 풍미가 다한 옥로 찻잎은 조직이 매우 연하고 비타민 및 섬유질 등의 영양소가 다량 남아 있어 식재료로 활용할 수 있다[20]. 우린 찻잎을 버리지 않고 폰즈 소스, 간장, 혹은 가쓰오부시를 가볍게 곁들여 나물처럼 직접 섭취하는 독특한 식문화가 발달해 있다[20].


같이 보기

각주

참고 문헌

  • 정동효, 윤백현, 이재창, '차생활문화대전', 홍익재, 2012.
  • 일본차업중앙회(日本茶業中央会), '緑茶の表示基準', 2009.
  • 湖北省地方志编纂委员会, '湖北省志·农业', 湖北人民出版社, 1999.
분류: 종류

같은 분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