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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엽

채엽(採葉)은 차나무(Camellia sinensis)에서 차를 만들기 위해 찻잎을 수확하는 과정을 가리킨다[1]. 차의 가공 공정인 제다(製茶)의 가장 첫 단계이자, 차의 최종적인 맛과 향, 품질을 결정짓는 핵심적인 절차이다,. 채엽의 시기와 방식, 찻잎의 부위에 따라 차의 등급과 종류가 나뉘며 생화학적 성분 조성 역시 크게 달라진다[1].

채엽의 기준과 찻잎의 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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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잎을 딸 때는 식물학적으로 새순과 그 아래로 피어난 어린잎의 개수를 기준으로 삼는다[2],. 찻잎의 발육 상태와 채취 부위에 따라 전통적으로 사용하는 한자 용어와 영문 용어가 존재한다.

  • 일창일기(一槍一旗): 갓 돋아난 새순 하나(창처럼 뾰족하다 하여 '창'이라 부름)와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한 첫 번째 어린잎(깃발 모양이라 하여 '기'라 부름)을 함께 따는 방식이다[3],[4]. 영문으로는 'One leaf and a bud'에 해당하며, 최고급 명차를 만들 때 사용된다,[5].
  • 일창이기(一槍二旗) / 1아 2엽: 새순 하나와 두 번째 잎까지 함께 수확하는 방식이다[2]. 영문으로는 'Two leaves and a bud'라 불리며, 세계적으로 고급 홍차녹차를 채엽할 때 가장 널리 쓰이는 표준 기준이다[5].
  • 일창삼기(一槍三旗) 이상: 잎이 세 장 이상 달린 줄기를 꺾어 수확하는 것으로, 찻잎이 크고 두꺼워 주로 대중적인 보급형 차나 티백용 차를 제조할 때 활용된다[6].

시기에 따른 채엽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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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나무는 겨울철 휴지기를 거친 뒤 봄부터 가을까지 여러 차례 새순을 틔운다[7]. 채엽 시기에 따라 찻잎의 화학적 성분이 변하므로, 산지마다 채엽 시기를 세분화하여 차의 등급을 구분한다.

한국과 중국의 절기별 분류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녹차 문화권에서는 주로 봄철의 24절기를 기준으로 채엽 시기를 명명한다[8],[2].

분류 채엽 시기 특징
우전(雨前) 곡우(穀雨, 4월 20일경) 이전 겨울을 이겨낸 첫 새순(일창일기)만으로 만들어 생산량이 극히 적고 맛이 부드러우며 감칠맛이 뛰어나다[8],[3]. 찻잎이 참새 혀를 닮았다 하여 작설(雀舌)로도 불린다[9].
세작(細雀) 곡우와 입하(立夏, 5월 5일경) 사이 잎이 완전히 펴지지 않은 어린잎 위주로 채엽한다. 우전에 비해 맛과 향이 한층 뚜렷해지며, 대중적으로 가장 선호되는 고급 녹차다[8],[10].
중작(中雀) 입하 이후 5월 중순 세작보다 잎이 더 자란 상태에서 채엽한다[10]. 약간 억세지만 떫은맛과 구수한 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3].
대작(大雀) 5월 하순 이후 잎이 굳어지고 커진 상태에서 채엽한 차로, 맛이 강하고 타닌 성분이 많아 주로 일상적으로 마시는 엽차용으로 쓰인다[8],[10].

또한 실질적인 기후 변화와 수확 차수에 맞춰 첫물차, 두물차, 세물차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9]. 첫물차는 이른 봄에 수확하는 차, 두물차는 6~7월경 여름에 수확하는 차를 뜻한다[11].

인도 다즐링 등 홍차 산지의 분류

홍차의 명산지인 인도 다즐링이나 아삼 지역에서는 채엽 시기를 '플러시(Flush)'라는 용어로 구분한다[12].

  • 퍼스트 플러시(First Flush): 2월 말에서 4월 사이의 첫 봄 수확[12],[7]. 수색이 연한 황금빛을 띠며, 발효도가 낮아 풋풋한 꽃향기와 은은한 청포도 향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12],[13].
  • 세컨드 플러시(Second Flush): 5월에서 6월 사이의 여름 수확[12]. 찻잎이 더 성숙하여 수색이 진해지고, 다즐링 특유의 짙은 과일 향인 무스카텔(Muscatel) 향이 가장 두드러진다[14],[13].
  • 오텀널 플러시(Autumnal Flush): 10월에서 11월 가을철에 수확하는 찻잎으로, 구수하고 묵직한 풍미가 나며 수색이 가장 짙고 거친 느낌이 있다[7],[15].

채엽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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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엽 방식은 수확 도구와 인력 운용에 따라 크게 수작업 채엽과 기계 채엽으로 나뉜다.

수작업 채엽 (Hand Plucking)

전통적으로 숙련된 인부들이 손으로 직접 찻잎을 꺾어 따는 방식이다. 고품질의 찻잎만을 선별적으로 채엽할 수 있어 우전, 세작 같은 최고급 녹차나 오렌지 페코(Orange Pekoe) 등급 이상의 고급 홍차, 백차 등을 생산할 때 필수적이다[16],.

  • 장점: 기계에 의해 잎이 찢기거나 상처 입는 것을 방지할 수 있으며, 묵은 잎이나 이물질이 섞이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다.
  • 단점: 숙련된 인부 한 명이 하루에 수확할 수 있는 양이 20~30kg 수준에 불과하여 인건비가 매우 높고 대량 생산에 한계가 있다.

기계 채엽 (Machine Plucking)

엔진이 장착된 동력 채엽기나 대형 트랙터 형태의 승용형 채엽 장비를 이용하여 찻잎을 절단하여 수확하는 방식이다. 기계 전면부의 왕복 칼날이 찻잎을 일정한 높이로 베어내고, 공기의 흐름을 이용해 수집망으로 찻잎을 빨아들인다. 1인용 배낭형 채엽기부터 2인용 대형 채엽기까지 다양하게 활용된다.

  • 장점: 수작업에 비해 수십 배 이상의 효율을 낸다. 찻잎이 급격히 자라나는 시기에 수확 적기를 놓치지 않고 대규모 다원을 빠르게 수확할 수 있다.
  • 단점: 새순뿐만 아니라 다소 억센 아랫잎이나 묵은 가지가 섞여 들어갈 수 있으며[6], 찻잎의 절단면에 상처가 나 생엽의 산화가 빠르고 불규칙하게 일어날 우려가 있다. 기계 채엽 후에는 광학 선별기 등을 거쳐 줄기와 잎을 다시 분류하는 추가 공정이 요구된다[6].

채엽 환경과 화학적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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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엽을 기점으로 찻잎의 생화학적 변화가 시작되기 때문에, 채엽 당일의 날씨와 후속 관리는 차의 성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1].

기후 및 시간적 조건

고문헌인 《다신전(茶神傳)》에서는 맑은 날 아침 이슬을 머금은 찻잎을 딸 때가 가장 차의 품질이 좋고, 비가 오거나 구름이 짙은 날에는 채엽을 피하라고 기록하고 있다[2],[4]. 실제로 비가 오는 날 수확한 찻잎은 수분 함량이 너무 높아 건조나 유념 등 후속 공정에서 잎이 짓무르거나 품질이 저하될 위험이 크다.

차광재배를 통한 성분 조절

일본의 옥로(玉露)나 말차용 찻잎은 채엽 전 일조량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차광재배를 거친다[4]. 채엽 1~3주 전부터 밭에 가림막을 씌우면, 찻잎은 광합성을 위해 엽록소를 늘려 진녹색을 띤다[4]. 이 과정에서 떫은맛을 내는 카테킨 성분의 합성이 억제되고, 단맛과 감칠맛을 내는 아미노산인 테아닌 함량이 획기적으로 보존된다[4].

채엽 직후의 산화 제어

수확된 직후의 찻잎(생엽)은 잘려나간 후에도 호흡을 계속하며 열을 발산하고, 잎 내부의 산화 효소에 의해 스스로 산화 작용을 시작한다[1]. 녹차는 채엽 후 산화가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 최대한 빨리 24시간 이내에 높은 열을 가해 효소를 파괴하는 살청 과정을 거쳐야 한다[1],[4]. 반면 우롱차홍차는 이 산화 과정을 온도와 습도 조절을 통해 적극적으로 유도함으로써 독특한 향기와 색상을 발현시킨다[1].

특히 기계로 수확한 찻잎은 절단면이 넓어 산화 발열이 더욱 급속히 일어나므로, 의도치 않은 발효나 뜬내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속한 냉각 또는 후속 공정 투입이 요구된다. 일반적으로 여린 잎을 일찍 채엽할수록 폴리페놀이나 질소 화합물, 카페인 등의 유효 성분이 풍부하여 차의 풍미가 깊어지며[1], 이를 바탕으로 항산화 작용차의 효능이 긍정적으로 발현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8].

같이 보기

각주

참고 문헌

  • 초의의순, 《다신전(茶神傳)》, 1830년경
  • 정동효 외, 《차생활문화대전》, 광문각, 2012.
  • Will Battle, 'The World Tea Encyclopaedia', Troubador Publishing, 2017.
분류: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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