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차
보이차(普洱茶)는 중국 윈난성(雲南省) 지역의 윈난대엽종(雲南大葉種) 차나무 잎을 원료로 하여 햇볕에 말린 쇄청모차를 기반으로 제조하는 중국의 대표적인 후발효차(後醱酵茶)이다[1][2]. 오랜 세월에 걸쳐 미생물과 산소에 의해 자연스럽게 발효가 진행되는 특성을 지니며, 산뜻한 녹색에서부터 깊고 어두운 적갈색에 이르기까지 제조 방식과 숙성 기간에 따라 다양한 색과 맛의 스펙트럼을 보여준다[3][4].
역사 및 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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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차라는 명칭은 과거 윈난성 남부에서 생산된 찻잎들이 모여서 거래되던 행정 교역의 거점인 푸얼부(普洱府, 현재의 푸얼시)라는 지명에서 비롯되었다[2][5]. 이 일대는 지리적으로 열대와 아열대 기후가 교차하고 강수량이 풍부하여 세계적으로 가장 오래된 야생 차나무들이 자생하는 최적의 환경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이차에 관한 최초의 문헌 기록은 당나라 시기 번작(樊綽)이 저술한 《만서(蠻書, 서기 863년)》에서 발견된다[6]. 명나라 시기 사조제(謝肇淛)가 지은 《전략(滇略, 서기 1620년)》에는 운남 사람들이 찻잎을 찐 후 덩어리 모양으로 만들어 이를 '보차(普茶)'라고 불렀다는 내용이 등장한다[5].
보이차가 본격적으로 전성기를 맞이한 것은 청나라 시기이다[5]. 청나라 옹정(雍正) 7년(1729년) 황실의 진상품인 공차(貢茶)로 지정되면서 베이징의 황실 사대부들 사이에서 귀중한 차로 대접받기 시작하였다[6][7]. 윈난성 남부의 비옥한 산악 지역에 조성된 수많은 고수차[8][9] 다원에서 생산된 찻잎들은 말과 당나귀의 등에 실려 티베트, 네팔, 인도 등으로 뻗어 나갔으며, 이 험난한 교역로를 오늘날 차마고도라 일컫는다[2][10]. 험난한 기후의 차마고도를 거쳐 장거리 운송되는 동안 찻잎에 자연적인 미생물 발효가 일어나면서 보이차 특유의 맛과 향이 형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10].
제다 공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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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차의 독특한 향미와 보존성은 엄격히 구분된 제다 단계를 거치며 완성된다.
쇄청모차 제조
보이차 가공의 기초가 되는 원료를 '쇄청모차(曬靑毛茶)'라고 부른다[1][4]. 제조 단계는 다음과 같다.
- 채엽(採葉): 윈난대엽종 차나무에서 신선한 잎을 수확한다[4][11].
- 위조(萎凋): 채엽한 찻잎을 그늘에서 시들려 수분을 일정 수준 감소시킨다[11][12].
- 살청(殺靑): 찻잎 속 산화 효소의 활성을 억제하기 위해 가마솥이나 회전식 기계에서 덖는다[3]. 이때 다른 녹차류와 달리 저온 살청을 진행하여 효소를 완전히 파괴하지 않고 미량 남겨둠으로써 추후 장기적인 후발효가 가능하도록 조절한다[13].
- 유념(揉捻): 찻잎을 비벼 세포막을 적절히 파괴하고 성분이 잘 우러나오도록 돕는 과정이다[14]. 전통적으로는 수작업으로 비볐으나, 현대의 대규모 차창에서는 효율적인 대량 생산을 위해 유념기를 도입하여 활용한다.
- 쇄청(曬靑): 유념을 마친 찻잎을 강렬한 태양 광선 아래 넓게 펼쳐 건조시키는 단계이다[4][13]. 이 쇄청 공정은 열풍을 가해 인공적으로 말리는 일반 녹차와 구별되는 보이차만의 필수 조건이다[1][15].
긴압 및 발효
쇄청모차는 모양과 발효 방식에 따라 두 가지 최종적인 형태로 나뉜다[4]. 쇄청모차 상태 그대로 증기를 쐬어 일정한 압력으로 찍어내어 고체 모양으로 성형하는 방식을 '긴압(緊壓)'이라고 하며, 이를 통해 긴압차가 탄생한다[2][4]. 반면 긴압을 가하지 않고 잎 자체를 흩어놓은 형태를 산차(散茶)라 부른다[2][16].
종류와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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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차는 제조 공정과 발효 방식에 따라 크게 '보이생차'와 '보이숙차'로 나뉜다[6]. 중국의 전통적인 분류 기준인 6대 다류에 의하면 보이숙차는 전형적인 흑차(黑茶)로 분류되나, 발효되지 않은 신선한 상태로 출하되는 보이생차의 경우에는 그 제조 메커니즘이 녹차와 유사하여 별도의 카테고리로 세분화하거나 논의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1][17].
보이차 ──┬── 보이생차 (자연적인 장기 후발효 유도)
└── 보이숙차 (악퇴 공정을 통한 단기 인공 발효)
보이생차 (生茶)
쇄청모차를 압축하여 긴압차의 형태로 만든 후, 습도와 온도가 적절히 통제된 환경에서 수년에서 수십 년에 걸쳐 서서히 자연 발효시킨 차이다. 생산 초기에는 카테킨 성분이 풍부하여 혀에 감도는 쓰고 떫은맛, 즉 수렴성이 대단히 강하고 탕색 또한 맑은 황금빛을 띤다[4][8]. 그러나 세월이 흐르며 공기 중의 산소와 자연 미생물의 조화에 의해 내부 성분이 서서히 산화·축합되면서 떫은맛은 가라앉고 단맛과 깊은 묵은 향이 피어오른다[3][10].
보이숙차 (熟茶)
1970년대 급증하는 보이차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오랜 시간 숙성한 생차의 풍미를 단기간에 구현하고자 고안된 현대적인 제조 방식이다[18]. 쇄청모차에 일정량의 물을 뿌려 쌓아 올린 후 거적 등으로 덮어 고온다습한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유익한 미생물(주로 아스페르길루스 니제르 등)을 쾌속 증식시키는 악퇴(渥堆) 과정을 거친다[14][19]. 약 45일에서 60일 동안 진행되는 악퇴 과정 중 미생물의 대사 작용과 효소적 변화에 의해 찻잎은 빠르게 갈색으로 변하며, 떫은맛이 사라져 처음부터 부드럽고 온화한 목 넘김을 선사한다[14].
보이생차와 보이숙차의 주요 특징 비교
| 분류 기준 | 보이생차 (生茶) | 보이숙차 (熟茶) |
|---|---|---|
| 핵심 제조법 | 자연 건조 및 자연 진화 숙성 | 악퇴(渥堆) 인공 발효 공정 적용[14][19] |
| 마른 잎 색상 | 짙은 녹색, 황록색, 청갈색 (시간 경과 시 갈색화)[4] | 적갈색, 흑갈색[4] |
| 우린 탕색 | 맑은 등황색, 녹황색 (오래 묵을 시 홍갈색)[4] | 진하고 불투명한 붉은 갈색, 검붉은색[3][4] |
| 향미 특성 | 신선함, 강한 수렴성과 쓴맛 뒤의 맑은 단맛(회감)[8] | 흙 향, 마른 고목 향, 매끄럽고 순한 단맛[3][11] |
| 성질의 변화 | 초기에는 차갑고 자극적이나, 묵을수록 따뜻해짐 | 성질이 온화하고 부드러워 위장에 부담이 적음[20] |
형태(외형)에 따른 긴압차의 종류
화학적 성분 및 건강적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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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차는 미생물 발효와 산화 과정을 통해 여러 생리 활성 물질들을 다량 함유하게 되며, 이에 대한 다양한 약리적 연구가 보고되어 있다[21][22].
- 카테킨 및 폴리페놀: 체내에서 세포막을 손상시키고 만성 염증과 노화를 유도하는 유해 물질인 활성산소를 차단하는 항산화 효능이 우수하다[22]. 발효가 심화될수록 복합 폴리페놀 화합물로 재합성된다[3].
- 갈산(Gallic Acid): 보이차의 발효 과정에서 특히 풍부해지는 성분이다[23]. 갈산은 췌장에서 분비되어 체내 지방 흡수를 돕는 효소인 리파아제(Lipase)의 활성을 저해함으로써 지방의 체내 흡수를 억제하고 배출을 촉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23]. 이는 비만 방지 및 혈중 콜레스테롤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24].
- L-테아닌(L-Theanine): 찻잎에 고유하게 포함된 아미노산 성분인 L-테아닌은 뇌파 중 알파(α)파 활성을 도와 정신적 피로를 줄이고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진정 효과를 제공할 수 있다.
- 카페인: 차에 함유된 카페인은 대뇌 피질을 자극하여 일시적인 졸음 예방과 대사 활성화 작용을 한다[23]. 카페인은 체내 수용체 중 아데노신 수용체에 길항적으로 작용하여 각성 상태를 유지시킨다. 카페인 성분에 극도로 예민하여 불면증이나 심계항진을 겪는 소비자는 흔히 디카페인 차를 고려하기도 하나, 보이숙차나 오래 숙성된 노차의 경우 고분자 발효 물질들과 긴밀히 결합하면서 카페인의 방출과 흡수 속도가 완화되어 인체 자극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임상적 보고가 존재한다.
음용 및 다도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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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차를 우려내는 과정은 동양 다도 고유의 품격 있는 격식과 긴밀한 예술성을 동반한다[10][20]. 2000년대 웰빙 열풍 이후 현대 한국의 차 문화 속에서도 보이차는 차 애호가들 사이에서 대중적인 음용 품목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20][21].
우림의 기본 단계
- 차 떼어내기(해괴): 둥글고 단단하게 뭉쳐진 긴압차를 조각낼 때에는 찻잎이 부서져 맛이 탁해지지 않도록 다도구 도구 상자인 육군자(茶道六君子) 세트에 동봉된 송곳 형태의 차침(茶針)을 이용해 결대로 서서히 분리한다[2]. 떼어낸 찻잎은 대나무나 나무로 정교하게 깎아 만든 차시(茶匙)로 들어내어 다기에 적정량 담아낸다.
- 다기 준비와 물 끓이기: 보이차를 우릴 때는 보온 효과가 뛰어나며 찻잎의 불필요한 잡내를 미세한 기공으로 흡착해 주는 자사호(紫砂壺)나 백자 개완을 주로 쓴다. 이때 물을 끓이는 용도로는 은이나 동으로 제작된 탕관을 주로 활용한다.
- 세차(洗茶 / 潤茶): 찻잎에 뜨거운 물을 부은 뒤 수 초 내에 빠르게 우려 첫 탕을 완전히 버리는 정화 과정이다. 이는 먼지를 가볍게 씻어내는 위생적 목적과 함께 건조되어 긴장 상태에 있던 찻잎에 열기와 수분을 공급하여 잎을 깨움으로써, 본 우림 단계에서 풍부한 유익 성분들이 균일하게 우러나올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때 첫 탕을 버려 다기를 세척하거나 정리할 때는 곁에 퇴수 용도로 배치된 다도구인 육우를 사용하여 정갈한 차 자리를 유지한다.
- 포다(泡茶): 본격적으로 물을 부어 수십 초 내외로 빠르게 우려내는 우림법을 반복해서 즐긴다. 한 번의 찻잎으로 적게는 수 회에서 많게는 십여 회 이상 연속하여 차를 우려 마실 수 있어 차의 맛이 흐려지는 섬세한 맛의 변화를 감상하는 미학이 발달해 있다.
중국 고유의 예술적인 손짓을 보여주는 다예나 우리나라 고유의 사유적 전통이 돋보이는 다례 의식 속에서 보이차는 중요한 위치를 점해 왔다[20]. 애프터눈 티나 크림 티 같은 달콤하고 무거운 버터 풍미를 중심으로 발달한 서구식 영국 홍차 문화와 달리, 보이차는 기름진 딤섬이나 중후한 육류 식단 이후 기름기를 씻어주고 속을 평온하게 다스려 주는 훌륭한 동양적 식후 문화이자 명상의 도구로서 널리 향유되고 있다[25].
같이 보기
각주
참고 문헌
- 번작, 《만서(蠻書)》, 863년
- 사조제, 《전략(滇略)》, 1620년
- 중국국가표준화관리위원회, '지리표지제품 보이차(GB/T 22111-2008)', 20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