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
동의보감(東醫寶鑑)은 조선 시대의 의관 허준(許浚)이 선조의 명을 받아 1613년에 완성한 의서이다[1][2]. 인체의 생리와 병리를 체계적으로 다룬 내경편(內景篇), 외형편(外形篇), 잡병편(雜病篇)과 약물의 성질을 정리한 탕액편(湯液篇), 그리고 침구편(鍼灸篇)으로 구성되어 있으며[3], 차(茶)를 단순한 기호음료가 아닌 뛰어난 효능을 지닌 약재로서 깊이 있게 다루어 한국 전통 다문화와 한방 의학의 토대를 확립하는 데 기여하였다[1][2].
동의보감의 편찬과 차의 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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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중기의 전란 속에서 수많은 의학 서적을 집대성하여 완성된 동의보감은 동아시아 의학의 표준적 보감으로 평가받는다[1][4]. 특히 제22권에서 제24권에 이르는 **탕액편(湯液篇)**은 당시 한반도에서 자생하거나 유통되던 649종의 약재를 분류하고, 그 약성(藥性), 약미(藥味), 약독(藥毒) 유무와 채취 시기, 처방을 상세히 수록하고 있다[1][2].
동의보감에서 차는 주로 고차(苦茶), 즉 **작설차(雀舌茶)**라는 이름으로 탕액편 초부(草部) 하(下)에 분류되어 있다[2][5]. 고려 시대에는 가루차를 찻사발에 붓고 다선으로 저어 거품을 내어 마시는 다법이 주류를 이루기도 하였으나, 조선 시대로 접어들며 동의보감에 수록된 것처럼 찻잎을 끓이거나 우려 마시는 방식이 정착되었다[6][7]. 동의보감 전반에 걸쳐 질병의 치료와 예방을 위해 차를 직접 달여 마시거나, 다른 약재와 배합하여 복용하는 처방이 167회 이상 등장한다[1][2]. 이는 차가 일상의 기호식품을 넘어 신체의 기(氣)를 조절하고 질병을 다스리는 중요한 약리적 물질로 인식되었음을 보여준다[2].
동의보감에 기록된 찻잎의 성질과 효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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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 탕액편에 기재된 작설차(고차)의 한의학적 성질과 약리적 효능은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2].

약성과 성미
- 성질: 조금 차다(微寒). 문헌에 따라서는 아주 냉(冷)하다고도 한다[2].
- 성미: 맛이 달고 쓰며(甘苦), 독이 없다(無毒)[2].
- 섭취 주의: 차의 성질이 다소 차갑기 때문에 평소 몸이 냉한 사람은 다량 복용 시 주의해야 하며, 동의보감에서는 차를 가급적 뜨겁게 데워 마실 것을 권장하고 있다[2]. 또한 오래 마시면 신체의 기름기를 빼주어 사람을 마르게 하는 성질이 있다고 기술되어 있다[2].
구체적 효능
- 하기소식(下氣消食): 신체의 기운을 아래로 내리며, 오래 묵은 체증을 삭이고 소화를 돕는다[2]. 기름진 음식을 섭취한 후 발생하는 소화 장애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2].
- 청두목(淸頭目): 머리와 눈을 맑게 해준다[2]. 두통을 완화하고 눈의 피로를 풀어주어 정신을 맑게 유지하는 데 이롭다[2].
- 이소변(利小便): 소변의 배설을 원활하게 유도하여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몸의 부기를 빼주는 역할을 한다[1][2].
- 지소갈(止消渴): 심한 갈증을 멎게 하며, 한방에서 소갈이라 부르는 당뇨 증상의 갈증을 완화하는 데 유용하다[2].
- 소수(少睡): 잠을 적게 자게 만든다[2]. 각성 효과를 주어 졸음을 쫓고 정신을 집중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2].
- 해독작용: 화상으로 인한 열독을 풀어주며, 기름진 육류나 특정 음식물의 독성을 중화하는 작용을 한다[2].
차를 우리기에 적합한 물과 탕액편 수부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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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은 차를 다리는 과정에서 차나무의 잎뿐만 아니라 차를 우려내는 물(水)의 품질을 매우 엄격하게 다루었다[8][9]. 이는 탕액편의 시작을 장시하는 **수부(水部)**에서 체계적으로 기술되어 있다[5][10]. 허준은 기원과 채취 시간, 성질에 따라 물을 33종류로 나누었으며, 이 중 차를 달이기에 특히 우수한 효능을 지닌 물을 다음과 같이 분류하였다[11].
- 정화수(井華水): 새벽에 처음 길어 올린 우물물이다[8]. 성질은 평하고 독이 없다[8]. 정화수에는 자시(子時)에 분출된 맑고 깨끗한 정기가 그대로 남아 있어, 맑은 것을 좋아하는 선비들이 매일 이 물로 차를 달여 마시며 머리와 눈을 씻어내는 데 최고로 여겼다고 기록되어 있다[9][12]. 성미가 눈 녹은 물인 납설수(臘雪水)와 유사하다[8][12].
- 한천수(寒泉水): 흘러가지 않고 깊이 저장되어 있는 차가운 샘물로 맛이 달다[12]. 새로 길어 올린 깨끗한 물 그대로 약을 달이거나 차를 우리는 데 사용되었으며, 갈증을 없애고 이뇨를 돕는 역할을 한다[9][12].
- 국화수(菊花水): 감국(甘菊)의 뿌리 밑에서 솟아나 국화 향이 스며든 물이다[12]. 성질이 온화하고 맛이 달다[12]. 이 물로 차를 달여 마시면 노화를 방지하고 수명을 연장하는 데 이롭다고 하여, 과거 도연명과 같은 명사들이 즐겨 마셨다는 일화가 전해진다[12].
동의보감에서는 "도심의 정체된 우물물이나 흐린 물은 기미(氣味)가 나빠 차를 달이거나 술을 빚는 일에 단연 사용할 수 없다"고 경고하였다[8][12]. 이는 훗날 초의선사가 다신전에서 "차는 물의 신이요 물은 차의 몸"이라 논하며 깨끗한 찻물의 중요성을 설파한 한방 다도 정신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13].
동의보감 속 주요 약용 차의 종류와 한의학적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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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에는 차나무의 잎을 이용한 고차 외에도 다양한 약물이나 식물성 약재를 끓여 마시는 차 형태의 처방이 다수 기술되어 있다[14][15].
| 한방차 종류 | 주요 원료 | 동의보감 속 성미 및 주요 효능 | 한방 의학적 적응증 |
|---|---|---|---|
| 작설차(고차) | 어린 찻잎 | 성질은 조금 차고 달고 쓰며, 기를 내리고 머리를 맑게 함[2] | 두통, 소화불량, 소갈, 비만 완화[2] |
| 귤피차 | 귤껍질(진피)[16] | 성질은 따뜻하고 매우며, 위장의 기를 통하게 하고 가래를 삭임[16] | 소화장애, 구토, 가래 기침[16] |
| 갈근차 | 칡뿌리[11] | 성질은 평하고 매우며, 땀을 내어 열을 내리고 갈증을 멈춤 | 감기 초기의 오한, 주독 해소, 소갈 |
| 국화차 | 감국화 | 성질은 약간 차고 달며, 풍열을 없애고 눈의 충혈을 다스림 | 어지럼증, 안구 피로, 혈압 안정 |
| 오미자차 | 오미자 열매 | 성질은 따뜻하고 시고 달며, 허한 폐를 보하고 진액을 생성함 | 만성 기침, 갈증 해소, 피로 완화 |
| 생강차 | 생강[2] | 성질은 따뜻하고 매우며, 한기를 발산하고 속을 따뜻하게 함 | 초기 감기, 위한(胃寒)으로 인한 구토 |
동의보감에 나타난 차의 해독 및 구급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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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에 기술된 고차(작설차)의 독특한 가치 중 하나는 강력한 해독(解毒) 및 구급(救急) 효능에 있다[2][7]. 본서의 잡병편(雜病篇)과 탕액편 곳곳에는 차가 여러 가지 음식물의 독성과 약물 중독을 치료하는 방편으로 기재되어 있다[2][7].
거위고기 독의 해독
탕액편 고차 항목에는 거위구이를 매우 즐겨 먹던 한 인물의 일화가 수록되어 있다[2]. 의사는 그가 머지않아 체내에 옹병(癰病, 악성 종기)이 생겨 사망할 것이라 예견하였으나, 환자는 아무런 병도 앓지 않았다[2]. 나중에 알고 보니 그가 매일 밤 시원하게 끓인 차를 한 사발씩 마셔 거위고기의 열독을 스스로 풀어냈기 때문이라는 내용이다[2]. 이는 차가 육류의 기름기와 체내 열을 내리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2].
구급방에서의 응용
동의보감 및 동시대의 의학 지식을 반영한 구급 처방에 의하면, 버섯에 중독되어 심한 토사(吐瀉)가 멈추지 않을 때 작설차를 가루 내어 새로 길어 온 물에 타 마시면 뛰어난 효험을 본다고 하였다[7]. 또한 모든 독기를 제거하는 구급약으로서 고운 찻잎(세다, 細茶)과 광물성 약재인 백반(白礬)을 동등한 비율로 갈아 물에 타 먹이는 처방도 제시되어 있어, 단순한 음료의 범주를 넘어 일상 구급 상황에서 필수적인 상비약으로 차가 기능했음을 알 수 있다[7].
현대적 의의와 보건학적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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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에 기록된 차에 대한 처방과 지침은 현대 한의학뿐만 아니라 대중적인 다문화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2]. 동의보감은 차를 단순히 기호를 만족하는 음료로 간주하기보다 인체 내부의 음양(陰陽) 균형을 맞추고, 외부에서 유입되는 독소를 해독하는 예방의학적 조절 수단으로 정립하였다[1][2].
조선 후기의 서화가이자 차 애호가였던 김정희와 초의선사는 차를 주고받으며 깊은 학문적 교류를 나누었는데, 이들이 향유한 다도 정신 역시 동의보감에서 강조한 차의 약리적 효능과 신체적 조화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현대 약리학적 연구에 따르면, 찻잎의 주요 성분인 에피갈로카테킨 갈레이트(EGCG) 등의 카테킨 성분은 동의보감에 언급된 '체지방 분해(사람을 마르게 함)' 및 '당뇨 완화(지소갈)' 효능을 뒷받침하는 항산화, 항당뇨 작용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2]. 또한 찻잎의 발효 과정에서 생성되는 테아플라빈과 같은 폴리페놀 성분 및 중추신경을 자극하여 각성 효과를 주는 카페인은 '소수(잠을 적게 함)'와 '청두목(머리를 맑게 함)'의 효능을 현대 과학적으로 뒷받침한다[2]. 이처럼 동의보감의 체계적인 관찰과 기록은 오늘날 전통 다례와 약차 연구의 한의학적 깊이를 더해주는 중요한 학술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2][17].
같이 보기
각주
참고 문헌
- 허준, 《동의보감(東醫寶鑑)》, 1613년.
-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학고전DB '동의보감 탕액편 초부(草部) 고차(苦茶)'
-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동의보감' (국보 제319-1호) 문화재 정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