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보노이드
플라보노이드(Flavonoid)는 식물과 균류 등에 널리 존재하는 이차대사산물의 일종으로,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지닌 폴리페놀계 수용성 식물색소군이다[1][2]. 차나무(Camellia sinensis)의 생엽 건조 중량 중 약 30%를 차지하는 핵심 성분이며, 차의 수색(물의 빛깔)과 고유한 향미, 건강상 이로운 기능성을 형성하는 주역이다[3][4].
어원과 화학적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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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보노이드라는 명칭은 노란색을 뜻하는 라틴어 '플라부스(flavus)'에서 유래하였다[2]. 자연계에 존재하는 수천 종의 플라보노이드 화합물 중 상당수가 노란색 또는 황색 계열을 띠는 식물성 안료이기 때문이다[1][2].
화학적으로 플라보노이드는 15개의 탄소로 이루어진 특유의 골격 구조를 공유한다[2]. 두 개의 페닐 고리(A 고리와 B 고리)가 산소를 포함한 헤테로 고리(C 고리)와 연결되어 배열된 C6-C3-C6 구조가 그것이다[1][2]. IUPAC 명명법에 기초할 때, 산소 고리의 포화도와 치환기 형태에 따라 여러 하위 카테고리로 분류되며, 차나무 찻잎에는 수십 가지의 플라보노이드 분자들이 복합적으로 혼재해 있다[2]. 대표적인 플라보노이드의 예시로 쿼세틴(C15H10O7)과 차의 핵심 성분인 에피카테킨(C15H14O6) 등이 있다[2].
차나무 찻잎 속 플라보노이드의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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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잎에 함유된 플라보노이드계 물질은 그 형태와 결합 작용기에 따라 다음과 같이 나뉜다[2][3].
플라반-3-올 (Flavan-3-ols)
차 폴리페놀의 절대다수를 구성하며 흔히 카테킨(Catechin)류라고 지칭되는 물질이다[4]. 차의 떫고 쌉쌀한 맛을 구성하는 주요 성분으로 에피카테킨(EC), 에피카테킨 갈레이트(ECG), 에피갈로카테킨(EGC), 그리고 가장 강력한 활성을 보이는 에피갈로카테킨 갈레이트(EGCG, C22H18O11) 등이 이에 속한다.
플라보놀 (Flavonols)
주로 당류와 결합한 배당체(Glycoside) 형태로 찻잎에 대량 분산되어 있다[5]. 쿼세틴(Quercetin), 캠페롤(Kaempferol), 미리스틴(Myricetin) 등이 속하며, 수용액 상태에서 아주 맑고 엷은 황록색을 띠게 해 차의 시각적 선명함을 돕는다[3][6].
플라본 (Flavones)
아피제닌(Apigenin)이나 루테올린(Luteolin) 등이 대표적이며 미량 존재하지만 차의 전반적인 풍미 배합과 노란빛 수색에 일부 기여한다[2].
안토시아닌 (Anthocyanins)
찻잎의 붉은색, 자색, 보라색 등을 내는 화합물이다[1][3]. 자색 찻잎 품종으로 만든 차나 가공 도중 특별한 대사를 거친 차에서 발견되며, 수용액의 pH 상태에 따라 붉은색에서 푸른색에 이르는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제다 가공에 따른 화학적 전환과 수색의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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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잎을 수확한 후 거치는 제다(製茶) 공정의 조절 형태, 특히 산화(fermentation, 산소와의 반응을 통한 갈변) 방식에 따라 찻잎 내 플라보노이드 구조가 현격히 변화하며 차의 개성을 결정짓는다[7].

비산화차의 메커니즘
녹차나 백차는 수확 직후 고온의 솥에 덖거나 고온 스팀으로 찌는 증제 과정을 거친다[8]. 이를 통해 찻잎 내부에 들어 있는 폴리페놀 산화효소(polyphenol oxidase)를 빠르게 파괴(살청)하여 불활성화한다[8]. 이에 따라 플라반-3-올(카테킨)이 다른 형태로 산화 중합되지 않고 원래 상태를 고스란히 유지한다[8]. 그 결과, 우려낸 찻물은 플라보놀과 미량의 플라본 성분이 내는 맑고 투명한 연한 황록색을 띠게 되며, 떫은맛과 상쾌함이 주를 이루게 된다[3].
산화차 및 반산화차의 메커니즘
우롱차나 황차, 홍차 등은 가공 과정에서 산화 효소의 활성을 의도적으로 유도한다. 잎을 비벼 조직을 깨뜨리는 유념 공정을 거치면 산화 효소와 카테킨류가 공기 중의 산소와 접촉하면서 중합 반응을 일으킨다[8].
주요 효능 및 생리 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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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우려 마실 때 이행되는 플라보노이드 성분들은 생체 내 대사 과정에 관여하여 유익한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널리 보고되어 있다[10]. 다만 이들 생리 활성은 의약품과 같은 즉각적인 치료 효과라기보다는 건강을 보조하는 기전으로 작용한다[11].
항산화 활성과 세포 보호
플라보노이드는 대표적인 수용성 항산화제다. 호흡 및 대사 부산물로 축적되어 세포막과 DNA를 공격하는 활성산소(Free radical)에 수소 원자를 공여함으로써 이를 안정한 물질로 환원시키고 스스로는 안정된 라디칼 구조를 취한다. 특히 녹차 속 EGCG는 비타민 C보다 활성산소 소거 능력이 수십 배 우수하여 노화 억제 및 만성 세포 손상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심혈관 건강 증진
플라보노이드 성분은 혈관을 튼튼하게 만들어 모세혈관의 투과성을 정상으로 유지하고 파열을 방지하는 기능을 보조한다. 혈액 내 저밀도지단백(LDL) 콜레스테롤이 활성산소에 의해 산화되는 과정을 억제함으로써 혈관벽에 플라크가 형성되는 동맥경화, 뇌졸중 등 심혈관계 질환의 예방에 기여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10].
당 대사 및 비만 완화 지원
차 속의 카테킨류는 장 내에서 소화 효소의 작용을 방해하여 급격한 혈당 상승을 억제하는 데 기여하며, 에너지 소비를 늘리고 지방의 산화를 촉진하여 체지방 축적을 낮추는 다이어트 및 항비만 활성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존재한다[12].
환경적 요인 및 농업적 재배 방식과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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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나무 잎 내의 플라보노이드 함량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재배 조건과 계절, 일조량 등의 자연환경적 요인에 의해 크게 요동친다[3][13].
자외선과 자기방어
식물체 내에서 플라보노이드는 태양의 강한 자외선(UV)으로부터 스스로의 유전정보를 지키기 위한 천연 자외선 차단제 역할을 한다[10]. 따라서 차나무가 충분한 햇빛을 받고 자랄수록 잎 속의 플라보노이드 합성이 왕성해진다[13]. 봄철 첫 수확한 찻잎보다 일조량이 강한 여름철 수확한 찻잎에서 카테킨류와 같은 플라보노이드 함량이 높게 나타나며, 맛 또한 훨씬 쓰고 떫어지는 원인이 여기에 있다[9].
차광재배법에 따른 성분 조절
이러한 광합성 유도 메커니즘을 역으로 이용한 농업 기술이 바로 차광재배다[13]. 수확 전 일정 기간 동안 차광막을 씌워 햇빛의 유입을 물리적으로 차단하면, 차나무는 자외선 자극을 받지 않아 플라보노이드(특히 카테킨)의 합성량을 대폭 줄인다[13]. 반면, 흙에서 흡수한 질소 성분이 아미노산인 테아닌(L-theanine) 상태로 잎에 그대로 머물게 된다. 이 공정을 거친 잎으로 만든 말차나 옥로차는 떫은맛이 줄어드는 대신 부드럽고 묵직한 감칠맛(우마미)이 극대화되며, 플라보노이드 합성 억제로 인해 엽록소(클로로필) 함량이 늘어나 짙고 선명한 녹색을 띠게 된다.
대용차의 플라보노이드 및 차 종류별 성분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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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나무 잎으로 만든 진짜 차 이외에도 여러 식물성 원료를 이용한 대용차(Herbal tea) 역시 독특한 플라보노이드 성분들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7].
예컨대 남아프리카 공화국 원산의 침엽 가공차인 루이보스는 차나무에 없는 특이적 플라보노이드인 아스팔라틴(Aspalathin)과 노토파긴(Notofagin)을 함유하고 있어, 카페인이 없으면서도 우수한 항산화력을 자랑한다.
차 종류별 플라보노이드의 전형적인 거동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4][7].
| 차 종류 | 주요 플라보노이드 화합물 특징 | 맛과 수색에 미치는 기여 | 가공 특성 |
|---|---|---|---|
| 녹차 | 카테킨 단량체(EGCG, EGC, ECG, EC) 고농도 유지[4] | 강한 수렴성(떫은맛), 투명한 황록색 수색[3] | 증기나 덖음으로 열처리하여 산화효소 불활성화[8] |
| 우롱차 | 부분 산화된 카테킨 및 일부 중합 물질[4][7] | 은은한 단맛과 화려한 향기, 주황빛 도는 황색[7] | 부분 산화 및 흔들어 상처 내는 요청(搖靑) 과정 거침 |
| 홍차 | 테아플라빈(Theaflavins), 테아루비긴(Thearubigins)[3][9] | 풍부한 바디감과 중후함, 붉고 깊은 적갈색[3][9] | 완전히 비비고(유념) 공기 중에 노출시켜 산화 유도[8] |
| 대용차 (루이보스 등) | 아스팔라틴, 루테올린 등 특수 플라보노이드 배당체[2] | 특유의 흙 향과 붉은빛 수색 (카페인 무첨가) | 원료 식물의 잎이나 줄기를 건조 혹은 발효 가공 |
차에 깃든 다채로운 플라보노이드 성분은 단순한 미각적 떫은맛이나 시각적 아름다움을 넘어, 식물이 자연환경을 극복하며 축적해 낸 생명력의 결정체이자 한 잔의 차를 통해 인간에게 전달되는 훌륭한 천연 영양 물질이다[10].
같이 보기
각주
참고 문헌
- 안병용, '차(茶) 폴리페놀의 기능성과 이용', 식품과학과 산업, 2001.
-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영양성분 데이터베이스
- 한대석, '플라보노이드 화합물의 화학과 생리활성', 약학회지, 198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