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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경

다경(茶經)은 중국 당나라 시대의 학자인 육우(陸羽)가 8세기 후반에 저술한 세계 최초의 차(茶) 전문 백과사전이다[1][2]. 이 저서는 차의 기원부터 재배, 가공, 도구, 끓이는 법, 마시는 법, 산지 등 차와 관련된 모든 지식을 3권 10장의 체계로 집대성한 서적으로, 차를 단순한 일상 음료에서 철학적 수양의 매개체인 다도(茶道)의 경지로 끌어올린 역사적 고전으로 평가받는다[3].

저자 육우와 저술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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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618~907) 시기는 경제적 번영과 운하의 발달을 바탕으로 남방의 차 문화가 중국 전역으로 널리 확산하던 때였다[4]. 그러나 당시 사람들의 음다(飮茶) 풍습은 찻잎에 파, 생강, 귤껍질 등 온갖 부재료를 섞어 국이나 죽처럼 끓여 마시는 형태(잡차, 雜茶)가 주를 이루었고, 찻잎을 가공하거나 달이는 방식에 대한 체계적인 표준이 없었다[3].

'다성(茶聖)'으로 추앙받는 육우(733?804?)는 고아로 태어나 사찰에서 자라며 차에 남다른 조예를 지니게 되었다. 청년기에 안사의 난(755763)이 발발하자 전란을 피해 강남 지역으로 이주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수많은 차 산지를 직접 답사하였다[5]. 산지의 토양과 수질을 관찰하고 찻잎을 채취하는 장인들과 교류하며 자료를 수집한 육우는, 절강성 호주(湖州)에 은거하면서 780년경 《다경》을 완성하였다[1]. 이 저술을 통해 차에 이물질을 섞어 마시는 관습을 배격하고, 오직 찻잎 본연의 맛과 향을 감상하는 순차(純茶)의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3][6].

전체 체제와 내용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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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경》은 상(上), 중(中), 하(下) 3권으로 나뉘며, 세부적으로는 총 10개의 장(십지, 十之...)으로 구성되어 있다[7]. 각 장은 찻잎의 생물학적 특성부터 제다 도구, 다기, 역사, 산지에 이르기까지 논리적인 순서로 배열되어 있다.

권별 장(편) 명칭 주요 내용 및 특징
상권 1. 일지원(一之源) 차의 근원. 차나무의 생태, 토양, 명칭의 어원, 약리적 특성 등을 서술한다[7].
2. 이지구(二之具) 찻잎을 채취하고 찌는 데 사용하는 대나무 바구니, 시루, 절구 등 15가지 제다 도구를 설명한다[7].
3. 삼지조(三之造) 찻잎을 따는 시기와 방법, 고형차(固形茶)를 만드는 제조 공정 및 품질 감별법을 기록한다[7].
중권 4. 사지기(四之器) 물을 끓이는 풍로(風爐)와 찻잎의 양을 재는 [차칙](/wiki/차칙)(則) 등 차를 끓이고 마시는 데 필요한 24가지 다기(茶器)를 상세히 설명한다[7][8].
하권 5. 오지자(五之煮) 물의 등급(산수가 으뜸, 강수가 다음)과 물이 끓는 단계(삼불, 三沸)를 논하며 차를 끓이는 법을 안내한다[7].
6. 육지음(六之飮) 차를 마시는 올바른 방법, 음다의 역사적 유래, 품질을 평가하는 기준을 다룬다[7].
7. 칠지사(七之事) 고대로부터 당나라 이전까지 문헌에 기록된 차와 관련된 역사적 인물, 일화, 시문 등을 망라한다[7].
8. 팔지출(八之出) 당나라 당시 차가 생산되던 43개 주의 산지를 8개 구역으로 나누고 지역별 차의 등급을 평가한다[7].
9. 구지략(九之略) 야외나 산야 등 특수한 상황에서 생략할 수 있는 절차와 다기를 안내한다[7].
10. 십지도(十之圖) 이상의 내용을 비단 등에 그림으로 그려 수시로 참고할 수 있도록 한 시각적 지침이다[7][9].

다경의 제다법: 고형차의 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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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경》에 기록된 당나라 시대의 주된 차 형태는 찻잎을 찧어 둥글거나 네모난 덩어리 형태로 빚어 낸 병차(餠茶) 혹은 단차(團茶)였다. 이는 후대에 유행하는 잎차(산차)와는 다른 외형이나, 잎을 증기로 찌는 비발효 제다법을 거친다는 점에서는 오늘날의 증청 [녹차](/wiki/녹차)와 맥을 같이한다.

육우가 제시한 제다 공정은 크게 채취, 찌기, 찧기, 모양 만들기, 건조의 단계로 이루어진다. 찻잎은 이른 봄 맑은 날 아침에 채취하며, 솥 위의 시루에 쪄서 산화 효소의 작용을 억제하는 [살청](/wiki/살청) 과정을 거친다. 푹 쪄낸 찻잎은 절구에 넣고 곱게 찧은 뒤, 거푸집에 넣어 일정한 모양으로 찍어낸다[7]. 이후 불을 쬐어 수분을 완전히 제거하는데, 이 과정은 현대 우롱차 제다 등에서 열기로 찻잎을 굽는 [홍배](/wiki/홍배) 공정의 원시적 형태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완성된 고형차는 보관과 운송이 매우 용이했다.

다경의 자다법: 물과 불의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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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차를 마시기 위해서는 정교한 준비 절차가 필요했다. 먼저 보관 중인 차 덩어리를 숯불에 살짝 구워 향을 돋우고 수분을 날린 뒤, 연마기로 곱게 갈아 가루로 만든다[7]. 이후 솥에 물을 끓이는데, 물이 끓어오르는 단계를 기포의 크기와 소리에 따라 세 단계(일비, 이비, 삼비)로 세밀하게 구분하였다[7].

물이 두 번째로 끓어오를 때(이비) 약간의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차 가루를 넣어 달인다[7]. 이는 훗날 송나라 시대에 찻사발에 가루차를 넣고 탕수를 부어 찻선으로 휘저어 거품을 내는 [말차](/wiki/말차)(점다법)와는 구별되는 당나라 특유의 '자다법(煮茶法)' 혹은 '전차법(煎茶法)'이다. 육우는 차를 달일 때 표면에 떠오르는 미세한 거품을 차의 정수라 하여 매우 중시하였고, 차 고유의 푸른 빛깔과 거품을 온전하게 감상하기 위해 월주(越州) 산지의 청자 다완을 높이 평가하였다[8].

사상적 및 문화적 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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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경》이 지니는 가장 큰 역사적 의의는 차를 갈증 해소나 약용을 위한 단순한 음료에서 철학적 수양의 매개체로 승화시켰다는 점이다[3]. 육우는 책의 서두인 '일지원'에서 "차의 성질은 지극히 차가워서, 행실이 바르고 덕을 갖춘 사람에게 알맞다(茶之為用,味至寒,為飲最宜精行儉德之人)"고 명시하였다[3][10]. '정행검덕(精行儉德)'으로 요약되는 이 사상은 차를 달이고 마시는 일련의 과정에 고도로 집중함으로써 몸가짐을 바르게 하고 마음을 맑게 다스리는 다도의 근본정신으로 확립되었다[3][7]. 차에 건강상의 이점이 있다고 본 관점도 담겨 있으나, 육우는 차의 남용이나 잘못 제조된 차의 섭취가 오히려 몸을 해칠 수 있다며 신중한 음용을 권고하기도 하였다[11].

더불어 《다경》은 차에 관한 농학, 식물학, 도구학, 지리학, 인문학적 지식을 유기적으로 망라함으로써 동아시아 지식인 사회에 다학(茶學)이라는 독립된 학문적 영역을 개척했다[4]. 육우가 체계화한 도구와 예법은 중국 역사 전반에 걸쳐 차 문화의 표준이 되었으며, 이후 한반도에도 전해져 한국 초의선사(草衣禪師)의 《동다송(東茶頌)》 등 다서(茶書) 집필에 영감을 주는 등 동양 차 문화 전반에 지울 수 없는 발자취를 남겼다[12][13].

같이 보기

각주

[1] 동양고전종합DB – db.cyberseodang.or.kr
[3] teaculture.co.kr – teaculture.co.kr
[4] chufs.net – chufs.net
[5] 동양고전종합DB – db.cyberseodang.or.kr
[6] chungamsa.org – chungamsa.org
[7] buddhismjournal.com – buddhismjournal.com
[8] hyunbulnews.com – hyunbulnews.com
[11] chosun.ac.kr – oak.chosun.ac.kr
[12] 다도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 encykorea.aks.ac.kr

참고 문헌

  • 육우, 《다경(茶經)》, 780년경
  • 초의선사, 《동다송(東茶頌)》
  • Lu Yu, The Classic of Tea (translated by Francis Ross Carpenter), Little, Brown and Company, 1974.
분류: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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