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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다송

동다송(東茶頌)은 1837년(헌종 3년) 조선 후기의 승려 초의선사(草衣禪師) 의순(意恂)이 지은 다서(茶書)이자 칠언배율(七言排律) 형식의 장시(長詩)이다.[1][2] 조선 산천에서 자라는 찻잎으로 만든 '동다(東茶, 한국 차)'의 우수성을 예찬하고 다도(茶道)의 정수를 체계적으로 서술하여, 육우(陸羽)의 다경에 비견되는 한국 차 문화의 가장 대표적인 고전문헌으로 평가받는다.[3]

저술 배경 및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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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의선사가 동다송을 집필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조선 정조의 부마(駙馬)인 해거도인(海居道人) 홍현주(洪顯周)의 요청이다.[1] 홍현주는 평소 차와 관련된 한시를 다수 남길 정도로 다도에 조예가 깊은 지식인이었다. 1837년 무렵 홍현주가 진도 부사 변지화를 통해 초의선사에게 다도(茶道)의 이치를 묻자, 초의선사는 이에 대한 답신으로 전남 해남 대흥사의 일지암(一枝庵)에서 이 글을 지어 보냈다.[1][4]

초의선사가 남긴 문집 《일지암집(一枝庵集)》의 서간문에는 이 글이 당초 '동다행(東茶行)'이라는 명칭으로 기록되어 있었으나, 후대에 학자들과 다인들 사이에서 필사되어 전해지는 과정에서 찬양과 예찬의 의미가 강조되어 '동다송(東茶頌)'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굳어졌다.[2][5] 당시는 억불 정책과 혼란스러운 시대적 상황으로 인해 고유의 차 문화가 점차 쇠퇴하던 시기였으나, 동다송의 저술을 기점으로 사대부와 승려 계층을 중심으로 한국 다도가 극적으로 부흥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6][7]

체재와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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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다송 본문은 전체 68행, 총 492자의 한시로 구성되어 있으며, 내용의 흐름에 따라 학계에서는 17송 또는 31송으로 단락을 분류하여 해독한다.[1] 본문 자체는 소리 내어 읊기 좋은 운문 형식이지만, 동다송이 문학 작품을 넘어 실용적 다서(茶書)로 기능할 수 있는 이유는 초의선사가 시 구절마다 직접 방대한 양의 **주석(註釋)**을 덧붙였기 때문이다.[2]

이 주석에는 다산 정약용이 쓴 《동다기(東茶記)》를 비롯해, 육우의 다경, 청나라 시대의 생활 백과사전인 《만보전서(萬寶全書)》 등 당시 조선의 지식인들이 접할 수 있었던 다양한 차 관련 고문헌이 철저하게 고증되어 인용되었다.[2][5]

구분 주요 특징
형식 칠언배율(七言排律)의 한문 장시 (총 68행 492자)
구성 방식 본문(예찬시) + 초의선사 자작 주석(문헌 고증 및 실용적 해설)
단락 분류 학계의 해석 관점에 따라 17송 또는 31송으로 구분[1]
주요 인용 문헌 정약용의 《동다기》, 육우의 《다경》, 명·청대 《만보전서》 등[2][5]

주요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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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다송의 내용은 크게 차나무의 자연적 생태, 중국 명차의 역사와 고사, 한국 차의 품질적 우수성, 제다(製茶) 원리 및 다구 사용법 등으로 세분화된다.[8]

차나무의 생태와 덕성

제1송과 제2송에서는 차나무를 하늘이 내린 아름다운 나무라는 뜻의 '가수(嘉樹)'라 부르며, 귤나무의 귀한 덕에 비유한다. 매서운 우박과 눈보라 속에서도 겨우내 푸른 잎을 유지하고, 늦가을 맑은 서리 속에서 해맑은 흰 꽃을 피우는 차나무의 생태적 특성을 생생히 묘사하였다.[8] 이는 세파에 흔들리지 않는 군자의 굳건한 지조와 맑고 고결한 차의 본성을 문학적으로 찬탄한 대목이다.

동다(東茶)의 우수성과 겸양종(兼兩宗)

동다송의 가장 핵심적인 사상은 중국 명차와 비교하여 동다(한국 차)의 우수성을 논증한 부분이다. 초의선사는 주석을 통해 "우리나라 차는 근본적으로 중국 차와 같아 색(色), 향(香), 기(氣), 미(味)가 동일하다"고 강조했다.[1] 기존 다서에 따르면 중국의 육안차(六安茶)는 맛이 가장 뛰어나고, 몽정차(蒙頂茶, 몽산차)는 약효가 탁월한 것으로 명성이 높았다. 초의선사는 "조선의 동다는 육안차의 뛰어난 맛과 몽정차의 훌륭한 약효를 모두 겸비하고 있다"는 **겸양종(兼兩宗)**의 논리를 전개했다.[1] 이를 통해 당대 일부 계층이 중국 수입 차만을 맹목적으로 선호하던 모화(慕華) 풍조를 경계하고, 우리 토산 차에 대한 강렬한 자부심을 드러내었다.

찻잎 채취와 제다 원리

좋은 차를 얻기 위한 조건으로 찻잎을 거두는 채다(採茶)와 만드는 제다(製茶) 과정의 정성을 역설한다. 곡우를 전후해 돋아나는 여린 잎을 수확하는 세작의 중요성과, 하나의 싹과 잎이 갓 피어난 일창일기 시기의 고품질 찻잎 선별을 다룬다. 수확한 잎은 뜨거운 솥에 덖어 산화를 막는 살청과, 적절한 온도로 건조하여 향미를 고정하는 홍배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정성과 법도가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최상품의 차를 완성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2][3]

탕수(湯水)와 다구, 올바른 다법

제다만큼이나 엄격하게 다루어진 것이 물의 품평과 올바른 차 우리는 법이다. 찻잎이 품고 있는 정기를 제대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오염되지 않은 맑은 탕수(湯水)를 고르는 일이 필수적이다. 차를 우릴 때 사용하는 다관이나 찻잎의 양을 가늠하는 차칙 같은 다구를 늘 청결히 하고, 물을 끓이는 불의 세기인 화후(火候)를 알맞게 조절할 것을 당부한다. 차가운 물에 천천히 우리는 냉침차나, 뚜껑 덮인 개완을 사용해 향을 돋우는 명청 시대의 공부차 다법과 달리, 초의는 물을 끓이고 찻잎을 우리는 전 과정에서 치우침 없이 체(體)와 신(神)이 어우러지는 **중정(中正)**의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다도의 본질임을 역설하였다.[2]

차의 효능에 대한 현대적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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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다송 본문 제5송 등에는 차가 지닌 이로운 약성에 대한 묘사가 등장한다. 초의선사는 차가 "취기를 깨게 하고 잠을 적게 한다(解酲少眠)"며, 정신을 맑게 하는 차의 효력을 여러 고사와 식경(食經)의 기록을 빌려 서술했다.[8] 이를 현대 과학의 관점에서 분석해 보면, 찻잎에 다량 함유된 폴리페놀(카테킨)이 체내 대사를 돕고, 아미노산의 일종인 테아닌카페인이 시너지 작용을 일으켜 중추신경을 자극하면서도 심신을 안정시키고 각성 효과를 내는 약리적 기전을 과거의 선인들도 경험을 통해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신체적·정신적 환기 효능은 오늘날 휴식을 위해 즐기는 서양의 애프터눈 티 문화나 현대인들의 다양한 끽다(喫茶) 목적과도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다.

교류 관계 및 다도사적 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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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다송은 초의선사 개인의 사색을 넘어, 조선 후기 실학 사상과 지식인 네트워크가 집약된 학문적 결과물이다.

  • 다산 및 추사와의 교유망: 초의선사는 전남 강진에 유배 중이던 정약용과 깊이 교류하며 시문학을 익혔고, 정약용의 《동다기》 정신을 동다송에 온전히 계승했다.[1][5] 또한, 동갑내기 지기였던 당대 최고의 학자 추사 김정희와는 신분을 초월한 우정을 나누며 손수 빚은 차를 그의 유배지로 쉼 없이 보냈다.[1][5] 이러한 경화사족(京華士族) 및 지식인들과의 폭넓은 교유는 동다송이 유포되고 조선의 차 문화가 다시금 중흥하는 거대한 동력으로 작용했다.
  • 다선일미(茶禪一味) 철학의 정립: 초의선사는 맑은 물을 끓여 차를 마시는 일련의 소박한 행위 속에 불교의 선(禪) 수행과 동일한 깨달음의 진리가 깃들어 있다는 다선일미 사상을 문헌으로 구현하였다.[3] 단순한 기호음료를 구도(求道)의 철학적 매개체로 격상시킨 것이다.
  • 한국 전통 다학(茶學)의 확립: 이웃 중국에서는 반발효차 계열인 청차, 그중에서도 철관음이나 대홍포를 포함한 무이암차, 그리고 훗날 대만에서 명성을 떨친 동방미인 등 다채로운 제다법이 화려하게 발달하였다. 그에 반해 조선의 차는 명맥마저 끊길 위기에 처해 있었다. 동다송은 이러한 시대적 위기 속에서 한국 산천의 토산 차가 지닌 본연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중국 다서의 모방에서 벗어나 주체적이고 독자적인 차 문화를 선언했다는 점에서 다도사적 가치가 매우 높다.[6][7] 아울러 초의선사가 엮은 또 다른 다서인 《다신전(茶神傳)》과 함께 한국 다학을 연구하는 데 있어 절대 빠질 수 없는 귀중한 원전(原典)으로 남게 되었다.[3][6]

같이 보기

각주

[2] dongguk.edu – vertexaisearch.cloud.google.com
[3] 전통문화포털 – kculture.or.kr
[4] bulkwang.co.kr – vertexaisearch.cloud.google.com
[5] kbsm.net – m.kbsm.net
[8] daeheungsa.co.kr – daeheungsa.co.kr

참고 문헌

  • 초의선사, 《동다송(東茶頌)》, 1837년
  • 육우, 《다경(茶經)》, 760년경
  • 정약용, 《동다기(東茶記)》
  • 초의선사, 《다신전(茶神傳)》, 1830년
분류: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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