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두위키
로그인

냉침차

냉침차(冷浸茶, Cold Brew Tea)는 뜨거운 물을 사용하는 일반적인 다도 방식(온침, 溫浸)과 달리, 차가운 물이나 상온의 물에 찻잎을 장시간 우려내는 차를 가리킨다. 열을 가하지 않고 천천히 유효 성분을 추출하기 때문에, 찻잎이 지닌 본연의 단맛과 감칠맛을 극대화하면서도 떫은맛과 쓴맛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원리 및 화학적 특징

편집

차의 맛과 향, 그리고 체내에 작용하는 주요 화학 성분은 물의 온도에 따라 추출되는 속도와 비율이 크게 달라진다. 냉침은 이러한 온도별 추출 특성을 과학적으로 활용한 음용 방식이다.

  • 카테킨(Catechin)과 쓴맛의 억제: 폴리페놀의 일종이자 떫은맛의 원인인 에피갈로카테킨 갈레이트(EGCG)나 탄닌 성분은 고온의 물에서 매우 빠르게 용출된다[1]. 반면 차가운 물에서는 추출 속도가 현저히 떨어져 온침 시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감소한다[2]. 따라서 냉침으로 우린 차는 떫거나 쓴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 목 넘김이 부드럽다.
  • 테아닌(L-Theanine)의 극대화: 차 특유의 감칠맛과 단맛을 내는 아미노산 계열 성분인 테아닌은 찬물에서도 쉽게 용출되는 성질을 가진다[1]. 쓴맛을 내는 카테킨이 덜 우러난 상태에서 아미노산 성분이 두드러지게 발현되므로, 설탕이나 인공 감미료를 넣지 않아도 찻잎 본연의 은은하고 고급스러운 단맛을 강하게 느낄 수 있다[3].
  • 카페인(Caffeine) 추출량 저하: 카페인 역시 뜨거운 물에서 더 잘 우러나오는 화합물이다. 냉침 방식으로 찻잎을 우리면 뜨거운 물을 사용할 때에 비해 카페인 용출량이 대략 50~70% 수준으로 크게 감소한다[3].
  • 성분의 시너지와 효능: 관련 연구에 따르면, 차가운 물에서 우려낼 때 EGCG는 억제되지만 에피갈로카테킨(EGC)이라는 또 다른 폴리페놀 성분은 원활하게 우러나온다[1]. EGC는 면역력 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며, 테아닌은 뇌의 알파파 생성을 유도해 심신 안정 및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1][4]. 뜨거운 물로 추출할 경우 다량의 카페인과 EGCG가 이러한 성분의 작용을 상쇄하는 길항작용(拮抗作用)을 일으킬 여지가 있으나, 냉침은 EGC와 테아닌의 이점을 온전히 취하기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이 된다[1][4][5].

역사 및 대중화

편집

여름철에 차를 시원하게 마시기 위해 찬물에 찻잎을 띄워 두는 행위는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으나, 현대적인 의미의 냉침차(콜드브루 티)가 상업적으로 정밀하게 연구되고 확산된 것은 1980년대 대만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6]. 대만의 차 산업계는 고온 다습한 아열대 기후에서도 찻잎을 쉽게 소비할 수 있도록 RTD(Ready To Drink) 형태의 병음료와 냉침 전용 가공 기술을 선도적으로 개발했다[6].

2010년대 이후 스페셜티 커피 시장에서 '콜드브루 커피'가 세계적인 유행을 타면서, 다업계와 대형 카페 프랜차이즈에서도 유사한 원리를 적용한 냉침차를 주요 메뉴로 적극 도입하기 시작했다[7]. 최근에는 내부에 거름망(스트레이너)이 달린 트라이탄 보틀이나 텀블러 등이 널리 보급되면서, 일반 가정이나 직장에서도 일상적으로 즐기는 보편적인 음용법으로 자리 잡았다[8].

차 우리는 법 (냉침 방식)

편집

냉침은 사용하는 물의 상태와 매질에 따라 여러 가지 방식으로 응용할 수 있다.

분류 설명 적정 소요 시간 특징
냉수침(冷水浸) 상온의 물이나 차가운 생수에 찻잎을 넣고 냉장고에서 서서히 우려내는 가장 보편적인 방식이다. 4~12시간 찻잎 2~3g당 물 500ml 내외의 비율을 사용한다[9]. 취침 전 냉장고에 넣어두고 다음 날 아침에 마시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빙수침(氷水浸) 얼음냉침이라고도 하며, 다관이나 유리그릇에 찻잎을 담고 그 위에 얼음만 가득 채워, 얼음이 녹는 차가운 물방울로만 차를 우리는 방식이다. 2~6시간 물의 온도가 가장 낮아 아미노산의 감칠맛이 극도로 응축된다. 한두 모금 분량의 진한 정수를 맛볼 수 있어 고급 녹차에 주로 쓰인다[10].
탄산수 / 우유 냉침 물 대신 탄산수, 사이다, 우유 등을 용매로 사용하여 냉장 숙성하는 방식이다. 8~24시간 홍차나 가향차를 이용할 때 밀크티, 티 에이드 형태로 즐기기 좋은 변형된 레시피다.

비교 참고: 뜨거운 물로 차를 진하게 우려낸 뒤 곧바로 다량의 얼음을 부어 급격히 차갑게 식히는 '급랭(Flash chilling)' 방식은 아이스티를 만드는 흔한 기법이나, 성분 추출 자체는 고온에서 이루어지므로 엄밀한 의미의 냉침(Cold Brew)과는 화학적 결과물이 전혀 다르다[3].

냉침에 적합한 차의 종류

편집

기본적으로 모든 찻잎은 냉침이 가능하지만, 발효도와 제다 방식에 따라 냉침 시 발현되는 풍미의 차이가 존재한다.

  • 녹차: 냉침의 장점이 가장 극적으로 발현되는 다종이다. 곡우 즈음에 수확하는 어린잎으로 만든 고급 녹차일수록 아미노산 함량이 높아 얼음냉침이나 냉장냉침을 하면 국물처럼 진한 감칠맛을 즐길 수 있다[11]. 한국의 세작이나 일본의 옥로(교쿠로) 등이 특히 추천된다[11][12].
  • 청차(우롱차): 산뜻한 꽃향기와 과일향을 지닌 대만식 우롱차나 가벼운 철관음, 찻잎의 꿀향이 짙은 동방미인 등은 냉침을 거쳤을 때 특유의 청량감과 달콤함이 훌륭하게 살아난다[3]. 반면 강한 숯불로 구워낸(홍배) 무이암차 등은 뜨거운 물로 우릴 때 본연의 향미 구조가 제대로 발휘되므로 냉침용으로는 다소 아쉬울 수 있다.
  • 홍차: 평소 스트레이트로 마시기에 떫은맛이 부담스러웠던 홍차도 냉침을 하면 부드러운 맛의 차가운 아이스티로 변모한다. 과일향이나 베르가못 향이 첨가된 가향 홍차(얼그레이 등)를 사이다나 탄산수에 냉침하여 마시는 레시피도 대중적인 인기를 끈다[8].
  • 백차: 백호은침이나 백목단 등은 찬물에 우렸을 때 맛이 투명하며 꿀 같은 은은한 단맛을 낸다[3]. 다만 산화도가 낮고 유념(비비기) 과정을 거치지 않는 백차의 특성상 다른 다종에 비해 추출 시간이 더 오래 소요될 수 있다[3].
  • 대용차(허브차, 과일차): 루이보스, 히비스커스, 페퍼민트 등의 허브차도 냉침에 적합하다. 다만, 단단한 건조 과일 조각이나 뿌리류를 활용한 일부 한방차는 찬물에서 유효 성분이나 향미가 충분히 용출되지 않는 경우가 있으므로, 소량의 뜨거운 물에 짧게 우려낸 뒤 찬물과 섞는 방식을 병행하기도 한다[13].

위생 및 보관 시 주의사항

편집

냉침차는 가열을 통한 살균 과정이 생략된 채 물에 장시간 찻잎을 담가두는 방식이므로 위생 관리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 찻잎을 우리는 용기는 열탕 소독을 거치거나 세척을 철저히 마친 밀폐 유리병, 혹은 환경호르몬이 나오지 않는 트라이탄 소재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8].
  • 세균 번식을 막기 위해 상온에서 오랜 시간 방치하기보다는 1~4℃로 유지되는 냉장고 안에서 저온 보관하며 우려내는 것이 안전하다[4].
  • 추출이 완료된 냉침차는 찻잎이나 티백을 즉시 건져낸 뒤 보관해야 과도한 떫은맛이나 이파리가 부패하며 내는 잡미가 배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다[3].
  • 찻잎을 제거한 후에도 완성된 냉침차는 가급적 2~3일 이내에 모두 음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3].

같이 보기

분류: 방법

같은 분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