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페놀
폴리페놀(Polyphenol)은 식물에서 자연적으로 합성되는 방향족 화합물의 일종으로, 분자 내에 2개 이상의 페놀(Phenol) 고리 구조를 갖는 물질을 통칭한다[1],[2]. 차(茶)에 함유된 폴리페놀은 찻잎의 건조 중량 중 20~30%를 차지하는 핵심 성분이며, 차의 수색, 맛, 향기 및 건강에 미치는 다양한 생리활성 작용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화학적 정의와 생물학적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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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적으로 폴리페놀은 벤젠 고리에 하이드록시기(-OH)가 복수 결합된 구조를 띠는 2차 대사산물이다[1],[3]. 식물은 자외선, 활성산소, 포식자, 병원균 등 외부의 환경적 스트레스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폴리페놀을 방어 물질로 생성한다[2]. 차나무(Camellia sinensis) 역시 강한 햇빛과 해충으로부터 새싹과 잎을 방어하기 위해 다량의 폴리페놀을 합성한다. 찻잎 속 폴리페놀은 크게 플라보노이드(Flavonoids), 페놀산(Phenolic acids), 타닌(Tannins) 등으로 분류되며, 이 중 플라보노이드 계열에 속하는 플라바놀(Flavanols) 단량체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차에 함유된 주요 폴리페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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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 포함된 폴리페놀은 찻잎의 제다 과정, 특히 효소적 산화(발효) 정도에 따라 화학 구조가 크게 변화하며 다음과 같은 주요 성분으로 구분된다[4],[5].
카테킨 (Catechins)
카테킨은 산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생엽이나 녹차에 가장 많이 함유된 단량체(Monomer) 형태의 폴리페놀이다. 녹차 폴리페놀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차 특유의 강한 떫은맛과 쓴맛을 낸다[6],[7]. 대표적으로 에피카테킨(EC), 에피갈로카테킨(EGC), 에피카테킨갈레이트(ECG), 에피갈로카테킨갈레이트(EGCG) 등이 존재한다. 이 중 EGCG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며 항산화 활성이 가장 강력한 것으로 연구되어 있다[6]. 차의 쓴맛을 중화하고 감칠맛을 내는 아미노산인 테아닌과 함께 녹차의 품질을 결정짓는 핵심 성분이다. 차광 재배를 통해 생산되는 말차의 경우 일조량이 차단되어 카테킨의 생성이 다소 억제되지만, 잎 전체를 섭취하므로 침출차에 비해 섭취하는 총 폴리페놀 양은 높다[6],[8].
테아플라빈 (Theaflavins)
테아플라빈은 찻잎을 가공하는 과정에서 폴리페놀 산화효소(Polyphenol oxidase, PPO)의 촉매 작용으로 카테킨 단량체들이 산화·중합하여 생성되는 이량체(Dimer) 폴리페놀이다[9],[5],[10]. 벤조트로폴론(Benzotropolone) 고리 구조를 형성하며 맑은 황적색을 띤다. 주로 홍차와 산화도가 높은 청차에서 발견되며, 홍차 찻물을 밝은 주황빛 또는 황금빛으로 물들이고 산뜻하고 경쾌한 풍미(Briskness)와 수렴성을 부여한다[4],[10].
테아루비긴 (Thearubigins) 및 테아브라우닌 (Theabrownins)
산화가 더 깊숙이 진행되면 테아플라빈이 추가로 결합하여 거대 고분자 화합물인 테아루비긴으로 변환된다[5],[10]. 테아루비긴은 홍차 폴리페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비균질성 중합체로, 구조가 매우 복잡하여 화학적 규명이 아직 완전하지 않다[11]. 이 물질은 홍차의 붉은 수색과 묵직한 바디감, 깊은 질감을 형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10]. 한편 산화의 최종 단계 혹은 흑차(보이차 등)와 같이 미생물 후발효를 거친 차에서는 암갈색을 띠는 테아브라우닌이 지배적으로 생성된다[4],[12]. 이 단계에서는 카테킨의 날카로운 떫은맛이 크게 감소하여 둥글고 부드러운 맛이 두드러진다.
제다 공정과 폴리페놀의 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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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 종류는 제다(製茶) 공정 중 폴리페놀 산화효소(PPO)를 어떻게 통제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9]. 찻잎을 수확한 뒤 위조(시들기)나 유념(비비기) 과정을 거쳐 세포 조직이 파괴되면, 액포에 격리되어 있던 폴리페놀과 효소가 섞이면서 산소와 만나 연쇄적인 효소적 산화 반응(갈변)이 일어난다[4],[10].
| 차 종류 | 산화 정도 | 주요 폴리페놀 성분 | 수색 | 맛과 향의 특징 |
|---|---|---|---|---|
| 녹차 | 무산화 (산화 억제) | 단량체 카테킨 (EGCG 등) | 연녹색, 황록색 | 신선한 풀향, 떫은맛, 쓴맛, 감칠맛 |
| 청차 | 부분 산화 | 카테킨, 소량의 테아플라빈 | 황금색, 호박색 | 다채로운 꽃향, 과일향, 깔끔한 단맛 |
| 홍차 | 완전 산화 | 테아플라빈, 테아루비긴 | 주황색, 붉은빛 | 묵직한 바디감, 단단한 수렴성, 짙은 향 |
| 흑차 | 미생물 후발효 | 테아브라우닌 | 짙은 갈색, 흑색 | 부드러움, 떫은맛 소실, 특유의 숙성향 |
- 산화 억제 (녹차): 찻잎 수확 직후 고온의 솥에 덖거나 고온 증기로 찌는 살청 과정을 거친다[9],[13]. 250~300℃의 열은 폴리페놀 산화효소의 활성을 즉시 상실시켜 카테킨의 산화를 막고 고유의 녹색과 화학 구조를 유지하게 만든다[9].
- 부분 산화 (청차): 철관음, 대홍포, 동방미인과 같은 우롱차 류는 수확 후 잎을 흔들고 시들게 하여 산화를 일정 수준 진행시킨 뒤 살청하여 산화 효소를 파괴한다. 카테킨과 초기 산화물질이 공존하며 복합적인 향미를 낸다.
- 완전 산화 (홍차): 살청을 생략하고 위조와 강한 유념을 통해 폴리페놀 산화효소의 촉매 작용을 극대화한다[10]. 이 과정에서 단량체 카테킨 함량은 대폭 감소하는 반면, 이를 재료로 합성된 테아플라빈과 테아루비긴 함량이 급증하여 특유의 붉은 수색과 풍부한 발효향이 형성된다[9],[10].
차 폴리페놀의 건강 효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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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 함유된 폴리페놀은 오랜 세월 다양한 관찰 연구와 세포 실험을 통해 유의미한 생리 활성 효과가 보고되어 왔다. 다만 차는 의약품을 대체할 수 없으며, 균형 잡힌 식단과 보조적인 건강 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호식품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6].
- 항산화 작용: 인체의 정상적인 대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활성산소(ROS)는 세포의 DNA나 단백질을 손상시켜 산화 스트레스와 노화를 유발한다. 폴리페놀은 자신이 전자를 내어주어 활성산소를 안정화시키는 강력한 항산화제로 작용한다[6],[2]. 녹차의 카테킨뿐만 아니라 홍차의 테아플라빈, 테아루비긴 역시 각각의 구조에 맞는 훌륭한 항산화능을 갖춘 것으로 밝혀졌다[14].
- 심혈관 건강 및 대사 개선: 여러 역학 연구에 따르면 폴리페놀을 꾸준히 섭취할 경우 혈중 저밀도 지단백(LDL) 콜레스테롤의 산화를 억제하고 혈관 내피세포의 기능을 돕는 것으로 관찰되었다[15]. 또한 카테킨은 에너지 소비를 촉진하고 지방 대사에 개입하여 체지방 감소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15],[16].
- 항염 및 항균 작용: 체내 염증 매개 물질의 생성을 억제하여 만성 염증 완화에 기여하며, 구강 내 세균의 증식을 막아 충치를 예방하는 데도 일정 부분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2],[2].
올바른 추출 및 섭취 시 주의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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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 폴리페놀을 적절하게 추출하기 위해서는 다구의 선택과 차 우리는 법이 중요하다. 수온이 높고 우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찻잎에서 용출되는 수용성 폴리페놀 함량이 크게 증가한다[6]. 그러나 카테킨이 과도하게 우러나면 쓴맛과 떫은맛이 짙어져 감칠맛을 해칠 수 있다. 따라서 어린잎으로 만든 세작 등의 고급 녹차는 7080℃로 한 김 식힌 물에서 12분가량 짧게 우려내는 것이 일반적이며, 홍차는 테아플라빈과 향기 성분을 충분히 뽑아내기 위해 95℃ 이상의 뜨거운 물을 사용한다[6].
차 폴리페놀 성분(특히 탄닌 구조물)은 체내에서 철분이나 칼슘과 결합하여 흡수를 방해할 수 있다. 그러므로 철분 결핍성 빈혈이 있는 경우 식사 직후에 진한 차를 대량으로 마시는 것을 피하고 식간에 마시는 것이 권장된다. 또한 고농도의 폴리페놀 추출물이나 진한 찻물은 빈속에 마실 경우 위 점막을 자극하여 위장 장애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적정량을 섭취하고 임산부 등은 의료진의 조언을 참고하는 것이 좋다.
같이 보기
각주
참고 문헌
- Hara, Y., 'Green Tea: Health Benefits and Applications', Marcel Dekker, 2001.
- 정동효, 《차의 화학과 기능》, 2006.
-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영양성분 데이터베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