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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명

**품명(品茗)**은 단순히 목을 축이거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차를 마시는 음차(飮茶) 또는 갈차(喝茶)의 단계를 넘어, 차의 색·향기·맛을 미시적이고 깊이 있게 음미하고 평가하며 즐기는 예술적이고 정신적인 음다(飮茶) 행위를 가리킨다[1][2]. 한자의 뜻 그대로 '차(茗)의 맛을 세밀하게 분별하여 감상(品)한다'는 뜻을 지니고 있으며[1], 동양의 오랜 다도(茶道) 및 다예(茶藝) 문화에서 차를 대하는 가장 깊이 있는 태도이자 방식으로 여겨진다[2].

어원과 역사적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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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원적 의미

'품명'의 '품(品)'은 입 구(口) 자 세 개가 모여 이루어진 글자로, 여러 입이 모여 물건의 가치를 토론하고 평가하거나 입안에서 미세한 차이를 음미하는 행위를 뜻한다. '명(茗)'은 본래 늦게 수확한 차나무의 잎을 가리켰으나, 점차 차(차나무의 잎으로 만든 음료) 자체를 높여 부르는 별칭으로 정착하였다. 따라서 품명은 차가 가진 고유의 개성과 품질을 오감으로 세밀하게 분석하고 감상하는 고도의 음다 문화를 의미한다[1].

역사적 변천

당나라 이전의 문헌에 등장하는 음차 방식은 행위의 깊이와 목적에 따라 품명(品茗), 다과(茶果), 분차(分茶), 모차(芼茶) 등으로 분류되었다[3]. 당시의 품명은 소금이나 생강 등을 넣지 않고 순수하게 차 고유의 맛과 향만을 가려 감상하는 단계를 지칭하였다[3].

송나라 시기의 점다법(点茶法)을 거쳐 명나라 시기에 이르러 품명 문화는 큰 변혁을 맞이한다. 명 태조 주원장은 홍무 24년(1391년)에 백성들의 노고를 덜기 위해 황실에 진공하던 단차(團茶)를 폐지하고 잎차 형태인 산차(散茶)로 대신하도록 하는 '폐단개산(廢團改散)' 조치를 내렸다. 이로 인해 찻가루를 내어 거품을 내 마시던 번잡한 방식이 사라지고, 뜨거운 물에 잎차를 직접 우려 마시는 포다법(泡茶法)이 유행하게 되었다. 찻잎 본연의 생김새와 탕색, 향기를 직관적으로 감상할 수 있게 되면서, 차의 개성을 깊이 있게 감상하는 현대적 의미의 품명 문화가 본격적으로 만개하였다.

품명의 4단계 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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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 몰입하여 그 내면의 변화를 느끼는 과정은 '관조(觀照)'의 경지로 설명되며, 이를 크게 네 가지 단계로 나누어 구분하기도 한다[4][5].

품명 도식

청명(聽茗)

차를 우리기 전에 건조된 찻잎인 건차(乾茶)의 외형을 관찰하고 만져보며, 그 차가 머금고 있는 맛과 향의 성질을 미리 마음속으로 상상하고 음미하는 최초의 단계이다[5].

청호(聽壺)

찻잎을 다관(차호)에 넣고 물을 부었을 때, 다관 내부에서 찻잎이 물을 머금으며 펴지는 미세한 소리와 변화를 감각으로 느끼는 단계이다[5]. 이를 통해 차가 최적의 상태로 우려지는 시점을 직감적으로 포착한다[5].

청신(聽身)

우려낸 차를 입에 머금고 삼킨 뒤, 차의 기운이 목을 타고 내려가 위와 장 등 오장육부에 미치는 물리적 작용과 신체적 반응을 온전히 인지하는 단계이다[5]. 차가 선사하는 청량함이 온몸으로 퍼지는 것을 느낀다[5].

청심(聽心)

마지막 단계로, 차를 마시며 일어나는 마음의 미세한 변화를 관조하는 경지이다[5]. 마음속에 가득 차 있던 분노, 슬픔, 불안 등의 감정이 차의 맑은 기운에 씻겨 내려가고, 그 자리에 깊은 평온과 고요함이 채워지는 과정을 온전하게 인식한다[5].

품명의 구체적 방법과 평가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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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명 시 차의 진가를 온전히 파악하기 위해 다관에 차를 넣는 투차 과정부터 섬세한 평가가 이루어진다. 찻잎을 넣을 때는 계절과 기온, 찻잎의 성질에 맞춰 물을 먼저 붓고 찻잎을 띄우는 상투법이나, 찻잎을 먼저 넣은 뒤 물을 붓는 하투법 등의 제반 기법이 적용된다. 본격적인 품평과 감상은 다음 다섯 가지 요소를 바탕으로 진행된다.

건차(乾茶) 관찰

차를 우리기 전 건조된 상태의 찻잎을 평가한다. 찻잎의 크기가 고른지, 잎이 부서지지 않고 온전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지, 표면의 광택과 색택이 뛰어난지를 확인한다. 제다 과정에서 위조가 얼마나 고르게 이루어졌는지가 건차의 형태와 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탕색(湯色) 감상

우려낸 찻물의 색과 맑기를 눈으로 확인한다. 우수한 차는 탕색이 탁하지 않고 투명하며, 품종과 발효도에 따른 고유의 빛깔을 선명하게 나타낸다. 예를 들어 녹차는 연한 연두빛이나 황금빛을 띠고, 청차는 주황빛이나 황색을 띠며, 홍차는 붉고 맑은 빛을 띤다.

향기(香氣) 음미

뜨거운 물이 부어졌을 때 올라오는 찰나의 첫 향, 잔에 담긴 찻물에서 풍기는 향, 찻물을 마시고 난 뒤 찻잔 바닥이나 문향배에 은은하게 남는 잔향 등을 입체적으로 구별하여 맡는다[6]. 이를 통해 차 고유의 품종향과 제다 과정에서 형성된 화향(꽃향), 과향(과일향) 등을 감별한다.

자미(滋味) 평가

찻물을 입안에 가볍게 굴리며 혀의 각 부분에서 느끼는 맛을 감상한다[6]. 단맛, 신맛, 떫은맛, 쓴맛 등의 조화를 평가하며, 목을 통과할 때의 부드러움과 목넘김 이후 입안에 다시 단맛이 부드럽게 감도는 회감(回甘)의 깊이를 측정한다[1].

엽저(葉底) 확인

차를 다 우려내고 남은 젖은 찻잎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는 단계이다. 손끝으로 엽저를 만졌을 때의 두께와 탄력성, 엽맥의 생김새를 통해 차나무의 건강 상태와 제다법의 완성도를 최종적으로 판정한다[6].

품명에 사용되는 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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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명을 원활하고 깊이 있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차의 열을 보존하고 수색과 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용 다구의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품명배(品茗杯)

차를 담아 직접 입으로 마시는 작은 찻잔을 의미한다. 일반적인 물컵과 달리 차의 풍미에 집중하기 위해 특별한 규격을 지닌다. 품명배를 선택할 때는 다음과 같은 전통적인 네 가지 기준인 '소·천·백·박(小·淺·白·薄)'이 강조된다.

  • 소(小): 잔의 크기가 작아야 한다. 대개 40~120ml의 용량으로[7], 차를 단번에 들이켜지 않고 서너 모금에 나누어 마시며 맛의 변화를 음미하기에 적당해야 한다.
  • 천(淺): 잔의 깊이가 얕고 바닥이 평평해야 찻물이 고이지 않고 고르게 비워져 차의 잔여 열을 일정하게 유지한다.
  • 백(白): 잔의 내부가 순백색이거나 투명해야 한다. 찻물의 미세한 수색 변화를 명확하게 관찰하기 위함이다.
  • 박(薄): 잔의 벽이 얇아야 한다. 얇은 잔은 입술에 닿는 촉감이 좋고, 차의 온도가 입술과 입안에 즉각적으로 전달되어 맛을 판별하는 데 유리하다.

문향배(聞香杯)

차의 향기를 전용으로 맡기 위해 고안된 좁고 높은 형태의 잔으로, 주로 향이 화려한 청차(우롱차) 품명에 사용된다[8]. 품명배와 한 세트를 이룬다. 뜨거운 차를 문향배에 먼저 채운 후, 그 위에 품명배를 덮고 뒤집어 차를 품명배로 옮긴다[6]. 이어서 빈 문향배를 들어 올려 코로 가져가 잔 안쪽 벽에 응축되어 남아있는 은은한 차향을 깊게 감상한다[6].

공도배(公道杯)

다관이나 개완에서 우려낸 찻물을 한곳에 모아 담아두는 그릇이다. 다관에서 잔으로 직접 따를 경우 먼저 나오는 찻물과 나중에 나오는 찻물의 농도가 달라지므로, 공도배에 먼저 찻물을 담아 농도를 균일하게 섞어준다. 여러 참석자에게 균등한 맛과 온도의 차를 제공한다는 배려와 공평함의 미덕을 담고 있다.

다호(茶壺) 및 개완(蓋碗)

차를 우리는 핵심 용기이다. 자사 흙으로 만든 자사호는 미세한 기공을 통해 차의 떫은맛을 순화하고 온기를 보존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자사호를 처음 구매했을 때는 잡내를 없애고 차 향이 잘 배도록 길들이는 개호 과정을 거치며, 평소에는 미세 기공이 막히지 않도록 물로만 세척하고 양호필로 외관을 가꾸어 윤기를 더한다. 한편, 개완은 뚜껑이 있는 잔 모양의 다구로 차의 수색과 잎의 변화를 직접 관찰하며 품명하기에 유용하다.

음차(飮茶)와 품명(品茗)의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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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마시는 보편적인 행위와 깊이 있는 감상 행위인 품명은 지향하는 목적과 형식 면에서 다음과 같은 차이를 보인다[2].

구분 음차 (飮茶) / 갈차 (喝茶)[2] 품명 (品茗)[1][2]
핵심 목적 갈증 해소 및 수분 섭취, 일상적 음용[2] 차의 풍미 감상, 품질 평가, 정신적 안정[1][5]
감상 대상 차의 온도와 대략적인 맛 건차, 탕색, 향기, 자미, 회감, 엽저의 전 과정[6]
사용 다구 머그잔, 대용량 컵, 텀블러 등 제한 없음 다관, 개완, 공도배, 문향배, 품명배 등 전용 다구
마음가짐 일상적이며 무의식적인 음용 의식적인 집중, 고요한 관조와 수신(修身)[2][4]
공간 분위기 제한 없음 (사무실, 야외 등) 정돈되고 차분한 다실 혹은 찻자리[6]

현대적 의의와 정서적 효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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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에서 품명은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춤을 실천하는 명상적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5][6]. 품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우러나는 자연의 향과 고요한 행다 과정은 스트레스로 고조된 교감신경을 완화하고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하여 정서적 안정 효과를 선사한다[6].

차에 함유된 아미노산 성분인 테아닌은 뇌의 알파(α)파 발생을 촉진하여 긴장을 완화하고 집중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으며, 테아플라빈이나 에피갈로카테킨 갈레이트와 같은 카테킨 성분은 항산화 작용을 통해 체내 유해 산소를 제거하고 면역력을 증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처럼 미세한 차의 맛 성분을 혀끝으로 천천히 포착해내는 고도의 집중력과 신체적 인지는 복잡한 현대인들에게 마음을 챙기고 스스로를 다스리는 훌륭한 마음 치유 수단이 된다[5][6].

같이 보기

각주

[1] chosun.com – topclass.chosun.com
[2] buddhismjournal.com – buddhismjournal.com
[3] buddhismjournal.com – buddhismjournal.com
[5] cstimes.com – vertexaisearch.cloud.google.com
[7] namu.wiki – namu.wiki
[8] chosun.ac.kr – vertexaisearch.cloud.google.com

참고 문헌

  • 정동효, 윤백현, 이재창, 《차 생활 문화 대전》, 홍익재, 2012.
  • 육우 저, 대진 역, 《다경(茶經)》, 이른아침, 2008.
  • 유양석, 《한국의 다도》,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2004.
분류: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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