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두위키
로그인

말리화차

말리화차(茉莉花茶)는 찻잎에 갓 피어난 말리화(재스민, Jasminum sambac)의 생화를 섞어 향기를 흡착시킨 뒤 꽃을 걸러내는 '훈화(薰花)' 혹은 '음제(窨制)' 기법으로 제조하는 중국의 대표적인 재가공 화차(花茶)이다[1][2]. 찻잎 고유의 맛과 그윽한 천연 꽃향기가 조화를 이루며, 완성된 고급 차에는 꽃잎이 거의 남아 있지 않으면서도 깊은 재스민 향을 머금는 독특한 제법상의 특징을 지닌다[1][2].

말리화차 도식

어원과 역사

편집

말리화(茉莉花)는 산스크리트어 '말리카(Mallikā)'에서 유래한 명칭으로, 본래 인도와 아라비아반도 일대가 원산지이다. 한나라 시기 해상 실크로드를 통해 중국 복건(푸저우)과 광동 등 남부 해안 지대로 전래되었다. 찻잎이 주변의 냄새를 강하게 흡수하는 물리적 특성을 활용해 꽃향기를 입히는 화차 제법은 송대(宋代)부터 태동하였다[2][3]. 송대 채양의 《다록(茶錄)》이나 시신(施新)의 시문 등에 화향을 더한 차의 기록이 등장하며, 당시에는 건란이나 장미 등을 이용한 형태가 주를 이루었다.

원형에 가까운 훈화 기술이 정립된 것은 명대(明代)이다. 주권(朱權)의 《다보(茶譜)》와 고원경(顧元慶)의 《다보》에는 찻잎과 갓 핀 꽃을 층층이 쌓아 향을 들이고 꽃을 체로 걸러내는 상세한 '음화(窨花)' 공정이 수록되어 있다. 이후 청대(淸代) 함풍 연간(1850년대)에 이르러 복주를 중심으로 말리화차가 대량 상업 생산되기 시작했다. 복주의 기후와 민강(閩江) 유역의 토양은 고품질의 재스민 재배에 적합하여 중국 화차 산업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특히 북경을 비롯한 북방 지역에서는 석회질이 많고 경도가 높은 물의 떫은맛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화향이 짙은 말리화차를 선호하면서 대중적인 음차 문화의 상징인 '향편(香片)'으로 정착했다.

원료와 기본 요건

편집

말리화차의 완성도는 기초가 되는 원료 찻잎인 차배와 향기를 공급하는 말리화 생화의 품질에 전적으로 좌우된다[2][4].

차배(茶坯)

훈화의 바탕이 되는 차를 차배라 부른다[4]. 전통적으로는 건조 과정에서 풋내가 적고 향기 흡수율이 뛰어난 봄철 홍청녹차(烘青綠茶)를 으뜸으로 친다[2][5]. 청명이나 곡우 무렵 수확하여 가공한 모차를 정제하여 잎의 크기를 고르고 수분 함량을 4~5% 수준으로 낮추어 보관한 뒤, 여름철 꽃이 피는 시기에 맞추어 사용한다[6]. 녹차 외에도 백호은침과 같은 백차(白茶)나 오룡차를 차배로 삼기도 하며, 찻잎의 어린 싹이 많을수록(호호, 毫毫) 꽃 향을 더욱 풍부하게 머금는다[1][7].

말리화 생화

가공에 쓰이는 꽃은 쌍벽재스민(학명: Jasminum sambac)으로, 주로 78월 한여름 삼복더위에 수확한 '복화(伏花)'를 최고급으로 친다[2]. 맑은 날 정오를 지나 오후 23시경에 수확하며, 이미 활짝 핀 꽃은 정유 성분이 휘발되었으므로 채취하지 않고, 꽃봉오리가 백색으로 부풀어 밤에 개화할 준비를 마친 '함포대방(含苞待放)' 상태의 꽃봉오리만을 엄선한다[1][8].

훈화(음제) 제법 공정

편집

말리화차를 만드는 핵심 공정은 '꽃은 향을 토해내고 차는 향을 들이마신다'는 뜻의 토향흡향(吐香吸香) 원리를 바탕으로 진행된다[4]. 복주의 전통 '복주 말리화차 음제 공예'는 국가급 비물질문화유산 및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을 만큼 고도의 숙련도를 요구한다[2][9].

  • 화양(花養, 개화 유도): 오후에 채취한 꽃봉오리를 서늘하고 통풍이 잘되는 실내에 얇게 널어놓고 수분을 조절한다[1][4]. 밤 9~10시경 온도가 오르며 꽃봉오리가 십자형으로 터져 향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하면 가공에 돌입한다[2].
  • 반화(拌和, 혼합): 향을 뿜어내는 생화와 차배를 일정한 비율로 교대로 쌓은 뒤 고르게 섞는다[4][10]. 차와 꽃의 비율은 차의 등급에 따라 차 100kg당 꽃 40~100kg 이상까지 다양하게 적용된다.
  • 퇴음(堆窨, 향 흡착): 차와 꽃을 30~40cm 두께로 쌓아 올려 밤새 둔다[4][11]. 꽃의 호흡 작용으로 인해 퇴적층 내부의 온도와 습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찻잎이 수분과 함께 휘발성 정유 성분을 빠르게 흡수한다[10].
  • 통화(通花, 방열 뒤집기): 퇴적층 내부 온도가 45~48℃를 넘어가면 꽃이 열에 의해 데쳐져 산패된 냄새가 날 수 있다. 따라서 야간에 차더미를 헤쳐 열을 식히고 신선한 산소를 공급한 뒤 다시 모으는 통화 작업을 반드시 거친다[2][4].
  • 기화(起花, 꽃 분리): 통상 10~12시간이 경과하여 이튿날 아침이 되면 꽃은 시들고 황갈색으로 변하며 향기를 소진한다[10]. 즉시 체(사구)를 이용하여 꽃잎을 털어내고 찻잎만을 완벽히 분리한다[2][10].
  • 복화(烘焙, 재건조): 꽃으로부터 수분을 흡수한 찻잎은 수분율이 1015%에 달하므로, 온화한 숯불이나 건조기로 수분율을 다시 56%대로 낮춘다[2]. 온도가 너무 높으면 기껏 흡착된 꽃 향이 날아가므로 정밀한 온도 제어가 필수적이다.

고급 말리화차는 이 일련의 과정을 1회로 끝내지 않는다. 새 꽃을 사용하여 동일한 과정을 3~9회까지 반복하는 다회 음제(三窨, 五窨, 七窨, 九窨)를 거친다[2][12]. 매 회차마다 찻잎을 식히고 건조하는 데 며칠이 소요되므로, 최상급 구음 차는 제작에만 한 달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2].

마지막 단계에서는 건조하지 않은 최상급 생화를 소량 섞어 반나절 정도 가볍게 향을 돋운 뒤 꽃을 골라내고 바로 포장하는 제화(提花) 공정을 거쳐 갓 피어난 생화의 신선하고 생생한 풋향을 찻잎 표면에 극대화한다[4][9].

향미 성분과 물리화학적 특성

편집

말리화차의 향미는 단순한 찻잎의 향이 아니라 생화의 생합성 향기 성분이 다공성 구조를 가진 찻잎 표면과 수용성 성분에 복합적으로 결합된 결과물이다.

주요 방향족 화합물로는 달콤하고 상쾌한 향을 결정짓는 아세트산 벤질(Benzyl acetate), 화사한 꽃향을 내는 리날룰(Linalool), 재스민 특유의 독특한 향을 완성하는 시스-자스몬(cis-Jasmone), 메틸 자스모네이트(Methyl jasmonate), 그리고 깊이감을 더하는 안트라닐산 메틸(Methyl anthranilate)과 미량의 인돌(Indole) 등이 포함된다.

다회 훈화 과정을 거치는 동안 차배 속 카테킨류는 습열 작용으로 인해 미세한 산화 및 이성질체화를 겪으며, 불용성 단백질이 일부 수용성 아미노산으로 분해된다[6]. 이로 인해 녹차 특유의 쓰고 떫은맛(고삽미)이 줄어들고 탕미가 한층 부드럽고 달콤해지는 '빙당첨(氷糖甛)'의 미각적 특성을 띠게 된다[2][6].

찻잎 품질 평가 시 관능 심평에서는 꽃향이 찻물에 완전히 녹아들어 오래 지속되는지, 즉 '향낙수(香落水)'의 여부와 잎 깊숙이 향이 배어있는 '화향입골(花香入骨)'의 상태를 최고 등급의 기준으로 삼는다[2].

구분 정통 훈화 말리화차 (음제차) 단순 첨가·가향차 (반화차·합성향차)
제조 방식 신선한 생화를 이용해 수회 훈화 후 꽃잎 제거[1][12] 말린 꽃잎을 섞거나 인공 합성 재스민 향료 분무[1][12]
외형 특징 찻잎 중심이며 꽃잎이 거의 보이지 않음[1][2] 마른 재스민 꽃잎이 다량 섞여 있거나 찻잎 표면 오일감
향기 특성 신선하고 우아하며 차 속 깊이 배어 수회 우려도 유지[1][10] 첫 향은 강렬하나 인위적이며 1~2회 추출 후 향 급감
탕색 및 미미 맑은 황록색, 떫은맛이 적고 단맛과 감칠맛이 조화로움[2][6] 향과 차 맛이 겉돌며 찻잎 고유의 떫고 쓴맛 잔존[1]

주요 산지와 형태적 분류

편집

생산 지역 및 가공 형태에 따라 뚜렷한 특징을 지닌다.

산지별 분류

  • 복주 말리화차(福州茉莉花茶): 복건성 푸저우 지역에서 생산되는 원조 화차로, 품질이 가장 정교하다. 모차로 복정대백차나 민북 산간의 고급 녹차를 사용하며 다회 훈화를 원칙으로 삼는다[2].
  • 사천 말리화차(四川茉莉花茶): 사천성 몽산, 아안 일대에서 나며, '벽담표설(碧潭飄雪)'이 대표적이다. 전통 음제 후 관상미를 더하기 위해 소량의 건조된 정제 꽃잎을 띄우는 배합 방식을 취하기도 한다.
  • 광서 횡현 말리화차(橫縣茉莉花茶): 광서장족자치구 횡주(현 횡주시)는 중국 내 최대 말리화 재배지로, 전국 생화 생산량의 상당수를 담당하며 대중적인 보급형 화차를 다량 생산한다.

외형별 분류

제다 시 찻잎의 물리적 가공 형태에 따라 산차(散茶) 형태와 수공 성형차 형태로 나뉜다[6].

  • 산차형: 은호(銀毫), 모봉(毛峰), 침형(針形) 등 일반 잎차 형태를 유지한 상태에서 훈화한 차[1].
  • 주형(珠形): 찻잎을 둥글게 진주 모양으로 말아 가공한 뒤 훈화한 차로, 흔히 '말리용주(茉莉龍珠)' 혹은 '재스민 펄(Jasmine Pearls)'이라 부른다. 잎이 천천히 풀리며 은은한 향을 길게 뿜어내는 특성이 있다.

음용법

편집

말리화차는 흡착된 정유 향의 손실을 방지하고 맑은 향미를 살리기 위해 추출 조건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1].

차를 우릴 때는 백자 개완이나 투명한 유리 다구를 사용하는 것이 향기를 모으고 찻잎의 움직임을 관찰하기에 적합하다. 탕수의 온도는 끓인 후 한 김 식힌 80~85℃가 적절하며, 100℃의 고온수를 직접 부으면 섬세한 꽃 향 성분이 휘발되고 녹차 베이스의 카테킨이 과다 용출되어 떫은맛이 강해질 수 있다[1][3]. 차와 물의 비율은 1:50(차 3g 기준 물 150ml) 내외로 맞추며, 첫 추출은 40초에서 1분 정도로 진행하고 회차가 거듭될수록 침출 시간을 늘려가며 음용한다[3]. 꽃향기를 코로 먼저 맡은 뒤 입안에서 굴리며 비강으로 뿜어져 나오는 향기를 감상하는 것이 정석적인 음미법이다.

같이 보기

각주

참고 문헌

  • 주권(朱權), 《다보(茶譜)》, 1440년
  • 고원경(顧元慶), 《다보(茶譜)》, 1541년경
  • UNESCO, 'Traditional tea processing techniques and associated social practices in China', Intangible Cultural Heritage, 2022.
  • 陳椽, 《茶業通史》, 農林出版社, 1984.
분류: 방법

같은 분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