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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차

백차(白茶)는 차나무(Camellia sinensis)의 어린 싹이나 잎을 채엽한 후 살청(殺青)이나 유념(揉捻) 과정을 거치지 않고, 오직 시들리기(위조)와 건조 공정만을 통해 경미하게 발효시켜 만든 차다[1]. 중국의 6대 기본 차류 중 하나로 가공 공정이 가장 간단하면서도 찻잎 본연의 성분과 은백색의 솜털(백호)을 온전히 보존하는 특징을 지닌다[1][2][3].

역사와 문헌적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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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 육우(陸羽)가 저술한 《다경(茶經)》에 '백차'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하지만, 이는 현대의 제법으로 만든 백차가 아니라 찻잎의 색상이 유난히 밝은 돌연변이 품종이나 백색의 떡차를 가리키는 용어였다[2]. 송나라 시기에는 휘종(徽宗)이 저술한 《대관다론(大觀茶論)》에서 백차의 희귀함과 아름다움을 극찬한 기록이 존재한다[4]. 당시의 백차는 찻잎을 쪄서 갈아 만든 후 찻사발에 넣고 물을 부어 찻솔로 저어 백색 거품을 내는 투차(鬪茶) 방식으로 음용되었다. 이때 발생하는 하얀 차 거품을 시각적으로 돋보이게 하기 위해 검은색 유약을 바른 천목다완이 차 도구로 널리 애용되었다.

현대적인 의미의 백차 제법, 즉 찻잎을 덖거나 비비지 않고 시들려서 말리는 가공 방식은 청나라 대인 18세기 후반에 완성되었다[2]. 1769년경 푸젠성(福建省) 일대에서 수출을 목적으로 초기 형태의 백차가 개발되었으며, 1857년 푸젠성 푸딩(福鼎) 태모산(太姥山)에서 백차 제다에 최적화된 '복정대백차(福鼎大白茶)' 품종이 발견되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2]. 이후 1885년부터 어린 싹만을 엄선하여 만드는 백호은침(白毫銀針)의 정기적인 생산과 유럽 수출이 시작되었고, 뒤이어 정허(政和)와 건양(建陽) 등지에서도 백모단(白牡丹)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백차가 개발되어 오늘날에 이르렀[2].

제다 공정의 원리와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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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차의 제조 과정은 채엽, 위조(시들리기), 건조의 세 단계로 구성되어 다른 차류에 비해 매우 단순해 보이지만, 기후 변화에 민감하고 정교한 온도 및 습도 제어를 요구하는 까다로운 제법이다[5][6].

무살청과 무유념

녹차를 만들 때 고온의 열을 가해 산화 효소를 파괴하는 살청 단계(예: 찌는 방식인 증제차나 솥에 덖는 부초차 제법)를 거치지 않는다[7][8]. 또한 찻잎을 물리적으로 비벼 즙을 짜내는 유념 공정도 생략하므로 찻잎 세포의 인위적인 파괴가 일어나지 않는다[7]. 이는 보이차 숙차를 만들 때 미생물 발효를 위해 강제로 열과 습기를 가하는 악퇴 공정이나, 황차의 독특한 풍미를 위해 찻잎을 종이에 싸서 가벼운 비효소적 산화를 유도하는 민황 공정과도 궤를 달리한다[8]. 백차는 살청을 하지 않음으로써 찻잎 내부에 존재하는 산화 효소의 활성을 자연스럽게 유지하며, 건조 과정에 이르기까지 서서히 완만한 비효소적 자가 산화를 겪게 된다[7][8].

위조 (시들리기)

위조는 백차의 품질과 향미를 결정하는 가장 핵심적인 공정이다[6]. 채엽한 찻잎을 대나무 선반 위에 얇고 균일하게 펼쳐놓고 수분을 서서히 증발시킨다[1]. 위조는 크게 자연 일광을 이용하는 일광 위조(日光萎凋)와 기후 조건의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실내에서 온도와 바람을 조절하는 실내 위조(室內萎凋)로 나뉜다[3]. 위조 과정 동안 찻잎의 수분 함량은 약 7080%에서 1020% 수준으로 떨어지며, 이 기간 동안 풋내가 사라지고 꽃이나 과일 향을 내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형성된다[3][9].

건조

위조가 완료된 찻잎의 수분 함량을 5~6% 이하로 낮추어 품질을 고정하고 장기 보관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단계다[6]. 전통적으로는 대나무 바구니 아래에 숯불을 피워 약한 열로 말리는 홍배(烘焙) 방식을 사용하였으며, 현대에는 보다 일관된 품질 관리를 위해 온도 조절이 가능한 가온 건조 장치를 주로 활용한다.

원료 및 채엽 기준에 따른 종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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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차는 채엽하는 원료의 부위(싹의 비율)와 차나무 품종에 따라 크게 백아차(白芽茶)와 백엽차(白葉茶)로 분류된다[2].

분류 (원료 기준) 주요 종류 특징 및 채엽 기준
백아차 (白芽茶) 백호은침 (白毫銀針) 단일한 어린 싹(단아)으로만 제다한다[3]. 한국의 전통적인 작설(참새 혀 모양의 어린 잎)처럼 갓 돋아난 아주 어리고 미세한 싹을 사용하며, 표면이 은백색의 미세한 솜털(백호)로 빽빽하게 덮여 있는 것이 특징이다[3][5]. 수색은 매우 맑은 옅은 황색을 띠며, 맛이 산뜻하고 아미노산 함량이 높아 감칠맛이 뛰어나다[1][3].
백엽차 (白葉茶) 백모단 (白牡丹) 어린 싹 하나에 잎 한두 장이 붙은 형태(1아 1~2엽)로 채엽하여 만든다[2][5]. 은백색의 싹과 푸른 잎사귀가 조화를 이루어 겉모양이 마치 모란꽃과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2]. 백호은침에 비해 맛과 향이 더 짙고 화려한 꽃향기를 풍긴다[2][5].
공미 (貢眉) 주로 소백(小白) 품종이나 대백 품종의 싹과 잎을 혼합하여 제다한다[3]. 수미에 비해 원료 등급이 비교적 높고 섬세한 잎을 사용한다[5].
수미 (壽眉) 백차 등급 중 가장 성숙한 잎과 줄기(다경)를 포함하여 만든다[3][5]. 외형은 다소 투박하고 거칠지만, 엽저의 성숙도가 높아 차를 우렸을 때 단맛이 강하고 묵직한 바디감을 선사한다[6]. 오래 보관할수록 풍미의 깊이가 더해져 노백차의 원료로 선호된다[6].

또한 유통 형태에 따라 자연 상태 그대로 보관하는 산차(散茶)와, 잎을 원형 등의 덩어리로 압착하여 만든 긴압차(緊壓茶)로 구분된다[6][10].

주요 성분 및 과학적 효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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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차는 인위적인 열처리를 최소화하여 찻잎 본연의 생리활성 물질을 비교적 원형에 가깝게 보존하고 있다[3].

강력한 항산화 작용

백차에는 찻잎의 대표적인 항산화 물질인 카테킨류가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11][12]. 특히 카테킨 화합물 중 가장 생리활성이 강력한 에피갈로카테킨갈레이트(EGCG) 성분이 다량 보존되어 있어 체내 유해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세포의 산화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12][13][14]. 백차는 홍차처럼 완전히 산화되어 데아플라빈이나 데아루비긴 같은 중합 폴리페놀로 전환되는 비율이 낮기 때문에 고유의 모노머 카테킨 형태를 오래 유지한다[8][11].

면역 증진 및 이완 효과

백차에 함유된 L-테아닌(L-Theanine)은 뇌의 알파파 발생을 촉진하여 정신적 긴장을 완화하고 심신을 이완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11]. 또한 어린 싹을 주로 사용하는 백호은침 등은 상대적으로 높은 카페인 함량을 나타내지만, 풍부한 테아닌 성분이 카페인의 흥분 작용을 완화하여 체내에 완만하게 흡수되도록 돕는다[11][12].

전통적 효능과 청열 작용

한의학 및 민간요법에서 백차는 차가운 성질을 지니고 있어 체내의 열을 내리는 청열(淸熱) 작용과 해독 작용에 탁월하다고 여겨져 왔다[1][5]. 감기 기운이 있거나 몸에 열이 오를 때 민간에서 오래 보관한 백차를 약처럼 달여 마시는 풍습이 존재한다[5].

노백차와 음용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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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푸젠성 등지에서는 백차를 보관하는 세월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진다고 하여 "1년은 차(茶), 3년은 약(藥), 7년은 보배(寶)"라는 격언이 전해 내려온다[5][6].

노백차(老白茶)의 형성

일반적으로 깨끗하고 건조한 환경에서 3년 이상 적절히 숙성된 백차를 '노백차'라 칭한다[6]. 갓 생산된 신선한 백차가 청량하고 싱그러운 풀향과 풋풋한 맛을 낸다면, 세월이 흘러 자연 산화가 진행된 노백차는 찻잎의 색상이 갈색조로 어두워지며 수색 역시 살구색에서 붉은 황갈색으로 깊어진다[6]. 이 과정에서 풋내가 사라지고 대추나 한약재, 꿀을 연상시키는 묵직하고 달콤한 풍미가 발현된다[6].

보관 및 음용 방법

백차는 주변의 냄새를 쉽게 흡수하므로 밀봉이 가장 중요하다. 산소와의 급격한 접촉을 피하고 습기, 직사광선, 고온을 차단할 수 있는 알루미늄 봉투나 옹기에 담아 건조하고 그늘진 곳에 상온 보관하는 것이 원칙이다.

우릴 때는 백호은침의 경우 찻잎의 연약한 싹과 백호를 보호하기 위해 다소 낮은 온도인 80~85℃의 물로 우려내는 것이 좋으며, 잎이 성숙한 백모단이나 수미, 그리고 노백차의 경우에는 90℃ 이상의 뜨거운 물이나 아예 끓여 마시는 자다법(煮茶法)을 활용하여 깊은 맛을 이끌어내기도 한다[15]. 개완이나 유리 다관을 사용하면 잎의 변화와 맑은 수색을 시각적으로 즐기기에 적합하다[15].

같이 보기

각주

[2] 백차 - 나무위키 – namu.wiki
[4] hyunbulnews.com – hyunbulnews.com
[6] queen.co.kr – vertexaisearch.cloud.google.com
[7] gjdream.com – gjdream.com
[8] kinxcdn.com – kocw-n.xcache.kinxcdn.com
[9] ibulgyo.com – ibulgyo.com
[11] 건강정보 – ople.com
[12] kcia.or.kr – kcia.or.kr
[13] e-ajbc.org – e-ajbc.org

참고 문헌

  • 육우, 《다경(茶經)》, 760년경
  • 송 휘종, 《대관다론(大觀茶論)》, 1107년
  • 정동효 외, 《차생활문화대전》, 홍익재,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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