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두위키
로그인

반발효차

반발효차

반발효차(半醱酵茶, semi-fermented tea)는 차나무(Camellia sinensis)의 잎을 일정 부분 산화시켜 만든 차를 가리킨다[1][2]. 동양의 전통적인 6대 다류 분류 체계 중 청차(靑茶, 우롱차)가 대표적이며, 찻잎 속의 산화 효소를 활성화해 향미를 극대화한 뒤 가열하여 산화를 중단시키는 제법을 통해 생산된다[3][4].

역사와 어원

편집

반발효차가 본격적으로 역사에 등장한 시기는 명나라 말기에서 청나라 초기 사이로 추정되며, 중국 푸젠성(복건성)의 무이산(武夷山) 일대에서 태동하여 광둥성과 대만으로 전파되었다[5][6]. 송나라 시대에는 찻잎을 쪄서 짓이긴 후 틀에 찍어 덩어리로 만든 단차(團茶)가 황실 공납과 음다 문화의 주류를 이루었으나, 명나라의 시조 주원장이 백성들의 노고를 덜기 위해 단차 제조를 금지하면서 잎차(산차) 형태로 마시는 문화가 정착하기 시작하였다[7].

이 과정에서 잎차 고유의 보존성을 높이고 녹차의 떫은맛을 줄이면서 독특한 풍미를 발현시키는 제법이 연구되었다[8]. 찻잎을 시들리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부분적인 산화 반응을 통제할 수 있게 되면서 오늘날의 반발효차가 확립되었다. '우롱차(烏龍茶)'라는 명칭은 완성된 찻잎의 색이 까마귀(烏)처럼 검고, 그 굳어진 형태가 용(龍)처럼 구부러져 있다는 외형적 특징에서 유래하였다[6]. 한국에서는 조선 후기 실학자인 정약용의 저술이나 초의선사가 저술한 《동다송(東茶頌)》 등의 문헌을 통해 동양 차의 제법과 발효(산화)에 따른 품질 변화를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반발효의 화학적 원리

편집

차학(茶學)에서 일컫는 '발효'는 미생물의 분해 작용이 수반되는 생물학적 발효(후발효)와 달리, 찻잎에 내재된 폴리페놀 옥시데이즈(Polyphenol oxidase)라는 산화 효소에 의해 성분이 산소와 반응하는 산화 작용을 가리킨다[9][10].

불발효차녹차는 수확 즉시 덖음이나 증제를 통해 이 효소를 즉각적으로 불활성화시키지만[1][11], 반발효차는 효소가 일정 시간 작용하도록 방치 및 유도한다[1]. 산화 반응이 진행됨에 따라 녹색의 엽록소(클로로필)가 분해되고 카테킨 성분이 테아플라빈(Theaflavin, 황색)과 테아루비긴(Thearubigin, 적갈색) 등의 산화 중합체로 전환된다[12]. 이 과정에서 찻잎은 가장자리가 붉게 변하는 '녹엽홍양변(綠葉紅釀邊)' 현상을 나타내며[4], 생엽 상태에서는 미미했던 휘발성 정유 성분들이 생성되어 다채로운 향기를 띠게 된다[8][13]. 제다사는 타깃으로 하는 향미와 산화 수준에 도달했을 때 고온의 가열 처리를 가하여 효소를 파괴함으로써 산화 상태를 고정한다[8][9].

제다 과정

편집

반발효차의 제조 과정은 6대 다류 중 가장 복잡하고 정밀한 물리화학적 제어를 요구하는 기술이다[9]. 전통적인 제다 공정은 다음과 같은 단계로 구성된다[4][14].

  1. 채다(採茶): 찻잎을 수확하는 과정이다[1]. 녹차가 아주 어리고 섬세한 일창일기(一槍一旗)의 싹을 선호하는 것과 달리, 반발효차는 성숙하여 두터워진 삼엽(三葉) 혹은 사엽(四葉)의 잎을 주로 수확한다. 다 자란 성숙한 잎에는 풍부한 정유 성분과 아미노산이 농축되어 있어 깊은 풍미를 내는 원천이 된다.
  2. 위조(萎凋, 시들리기): 생엽의 수분을 증발시켜 찻잎을 유연하게 만드는 단계이다[12]. 햇볕 아래에서 수분을 빼는 일광위조(쇄청)와 실내에서 온도를 식히며 안정시키는 실내위조(량청)를 병행한다. 이 과정에서 세포막의 투과성이 변하며 산화가 완만하게 개시된다[10].
  3. 주청(做靑, 흔들기 및 교반): 반발효차의 품질을 결정하는 핵심 공정이다[4]. 찻잎을 대나무 바구니나 회전식 드럼에 넣고 흔들어 상처를 내는 요청(搖靑)과 이를 그대로 눕혀 안정시키는 정치(靜置)를 여러 번 반복한다. 찻잎 가장자리에 미세한 상처가 나면 그 부분의 산화 효소 작용이 급격히 촉진되어 특유의 화향(꽃향)과 과향(과일향)이 발현된다[4].
  4. 살청(殺靑): 목표한 산화도와 향미에 도달했을 때, 약 250~300℃ 이상의 고온으로 덖거나 열풍을 가해 산화 효소를 즉시 파괴하여 산화 작용을 멈춘다.
  5. 유념(柔捻, 비비기): 가열된 찻잎을 비벼 세포를 적절히 파괴함으로써 차 성분이 물에 쉽게 용출되도록 유도하며 외형을 가다듬는다[15]. 잎을 천에 싸서 강하게 쥐어짜며 둥글게 뭉치는 포념(包捻) 기법을 사용하여 반구형의 형태로 만들기도 한다[16].
  6. 건조(乾燥): 최종적으로 수분을 제거하여 미생물의 증식을 억제하고 장기 보관이 가능한 상태로 완성한다[15].
  7. 홍배(烘焙): 완성된 찻잎을 숯불이나 전기 건조기 등에서 은근한 열로 다시 덖거나 구워내는 추가 공정이다[14]. 이 과정을 통해 풋내와 수분을 완벽히 제어하고, 깊은 고소함과 탄배향(炭焙香), 꿀과 같은 단맛을 끌어올린다[9].

생산지 및 발효도에 따른 분류

편집

반발효차는 산화 정도(약 15%에서 70% 이상까지)와 산지, 품종에 따라 고유의 명칭과 물리적 특징을 지닌다[17].

산지별 분류 대표 차종 주요 산지 산화도 범위 특징 및 제법적 개성
민북오룡 (閩北烏龍) 대홍포(大紅袍), 수선(水仙), 육계(肉桂) 중국 푸젠성 무이산 일대 약 40% ~ 60% (중·중중산화)[18] 무이암차(武夷岩茶)로 칭하며, 조색형(條索形, 꼿꼿이 펴진 모양)의 외형을 띤다[6][16]. 깊은 바위의 기운을 뜻하는 암운(岩韻)과 강한 홍배 과정에서 기인한 중후한 불향이 조화를 이룬다[6][9].
민남오룡 (閩南烏龍) 안시철관음(安溪鐵觀音), 황금계 중국 푸젠성 안시현 일대 약 15% ~ 30% (경산화)[19] 동그랗게 말린 반구형(半球形) 외관을 가진다[16]. 현대에는 부드러운 수색과 강렬한 난꽃 향이 돋보이는 청향형(淸香型) 철관음이 주를 이룬다[20].
광동오룡 (廣東烏龍) 봉황단총(鳳凰單叢), 봉황수선 중국 광둥성 차오저우 봉황산 약 30% ~ 50% 한 그루의 독립된 고차수 품종(단총)에서만 찻잎을 채취하여 제다한다[8]. 밀란향(蜜蘭香), 치자꽃 향 등 인공 가향을 하지 않았음에도 극도로 화려한 천연 꽃향과 과일 향을 뿜어낸다[8][18].
대만오룡 (臺灣烏龍) 문산포종(文山包種), 동정오룡(凍頂烏龍), 동방미인(東方美人) 대만 북부 및 중부 고산 지대 약 15% ~ 70% 이상[18] 문산포종은 약 15%로 발효도가 극히 낮아 녹차에 가까운 싱그러운 꽃향을 낸다[14][21]. 동방미인은 소록엽선(小綠葉蟬)이라는 벌레가 찻잎을 갉아먹어 유발된 식물 방어 물질(테르펜류)로 인해 천연적인 과일 향과 꿀맛을 지닌다[18].

주요 성분 및 효능

편집

반발효차는 산화 유도를 통해 불발효차와 발효차의 성분적 이점을 고루 보유하고 있다.

  • 체지방 분해 및 대사 증진: 반발효차 특유의 중합 폴리페놀 성분은 체내 신진대사를 자극하고 에너지 소비를 늘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20]. 특히 췌장 리파아제 효소의 활성을 억제하여 음식물 속 지방이 체내에 흡수되는 것을 지연시키고 체지방 축적을 낮추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노화 예방 및 세포 보호: 찻잎의 카테킨과 함께 부분 산화로 형성된 테아플라빈, 테아루비긴 등은 우수한 항산화 활성을 가진다[12][22]. 이 성분들은 체내 활성산소를 억제하여 세포 손상을 완화하고 심혈관계 건강을 지탱하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
  • 스트레스 이완 및 신경 안정: 찻잎의 테아닌 성분은 알파파 발생을 유도하여 뇌를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데 도움을 준다[23]. 특히 특수한 무산소 질소 치환 공정을 거쳐 제다하는 가바(GABA) 우롱차의 경우, 자율신경계 흥분을 낮추고 뇌 혈류를 개선하여 정신적인 긴장 해소 및 스트레스 경감에 뛰어난 기여를 할 수 있는 것으로 규명되었다[24][25].

포다법과 음용법

편집

반발효차의 풍부하고 다층적인 아로마를 최대한으로 용출하기 위해 정교한 포다법(泡茶法)이 권장되며, 중국과 대만 지역에서 고도화된 공부다법(工夫茶法)이 그 전형이다[26].

  • 다구: 차 고유의 섬세한 향을 그대로 투영해 주는 개완(蓋碗)이나, 열을 오래 보존하고 차의 잡미와 떫은맛을 정화해 주는 자사호(紫砂壺)가 주로 사용된다[27]. 차를 품평하기 전 향을 온전히 감상하는 용도인 문향배(聞香杯)를 사용하기도 한다[28].
  • 수온과 비율: 일반적으로 95℃ 이상의 펄펄 끓는 뜨거운 물을 사용해야 찻잎 세포 깊숙이 들어 있는 향기 성분이 효과적으로 방출된다[29]. 차와 물의 조화 비율은 1:20 전후가 보편적이다[28].
  • 세차(洗茶): 본격적으로 차를 우리기 전에 뜨거운 물을 재빨리 부어 넣었다가 곧바로 버리는 세차(혹은 윤차) 과정을 거친다[30]. 이는 건조 상태로 말려 있던 단단한 찻잎을 부드럽게 깨워 향과 맛이 풍부하게 퍼져 나오도록 도울 뿐 아니라, 첫 우림 시 과도하게 빠져나올 수 있는 수용성 카페인을 일부 걸러내고 유통 중 발생할 수 있는 먼지 등을 씻어내기 위함이다[28].
  • 다회 우림: 첫 우림은 약 15~20초 수준으로 대단히 짧게 시작하며, 탕수를 거듭할 때마다 시간을 조금씩 추가하여 늘려간다[29]. 질 좋은 반발효차는 우릴 때마다 전혀 다른 층위의 맛과 아로마를 발산하며, 대개 5회에서 많게는 8회 이상까지 거듭 우려 마실 수 있다[29].

같이 보기

각주

[1] 발효 | 오설록 – osulloc.com
[2] gnnl.co.kr – vertexaisearch.cloud.google.com
[3] bulkwang.co.kr – vertexaisearch.cloud.google.com
[4] beopbo.com – beopbo.com
[5] kimscafeanna.com – vertexaisearch.cloud.google.com
[10] gjon.com – gjon.com
[11] 농(農)영상 | 농사로 – nongsaro.go.kr
[12] kinxcdn.com – kocw-n.xcache.kinxcdn.com
[13] newsjeju.net – newsjeju.net
[14] Cafe24 – veritas-hub.cafe24.com
[15] lh.or.kr – museum.lh.or.kr
[16] lh.or.kr – museum.lh.or.kr
[17] public25.com – public25.com
[18] gnnl.co.kr – vertexaisearch.cloud.google.com
[20] mediagn.co.kr – vertexaisearch.cloud.google.com
[21] q&a-[Re] 발효도 구분에 대해서.. – salviatearoom.com
[22] science.go.kr – science.go.kr
[23] 차 - 나무위키 – namu.wiki
[24] sisajournal.com – sisajournal.com
[26] 다례 - 나무위키 – namu.wiki
[27] emaze.com – app.emaze.com
[29] 향차림 – m.hyangcharim.com

참고 문헌

  • 초의선사, 《동다송(東茶頌)》, 1837년.
  • 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 《티 소믈리에를 위한 중국차의 모든 것》, 2021년.
  • 陈宗懋, 《中国茶经》, 上海文化出版社, 1992년.
분류: 종류

같은 분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