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티드 크림
클로티드 크림(Clotted cream)은 저온살균을 거치지 않은 고지방 우유를 뭉근한 불에서 장시간 가열한 뒤 서서히 냉각시켜, 표면에 두껍게 엉겨 붙은 유지방 층을 걷어내 만든 영국의 전통 크림이다[1],[2]. 주로 잉글랜드 남서부의 데번(Devon)과 콘월(Cornwall) 지역에서 생산되며[1], 스콘에 딸기잼과 함께 듬뿍 발라 홍차에 곁들이는 애프터눈 티 및 크림 티 식문화의 핵심 식재료로 널리 알려져 있다[2].
역사와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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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티드 크림의 정확한 발상지에 대해서는 잉글랜드 남서부의 두 지역인 데번과 콘월이 서로 자국의 원조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으나, 역사적으로 우유의 산패를 막고 장기 보존하기 위한 실용적인 목적에서 탄생했다는 점은 공통적이다[3],[4].
페니키아인 전래설
가장 오래된 기원설 중 하나는 기원전 500년경 주석(Tin) 무역을 위해 콘월 지역의 해안에 상륙한 페니키아(Phoenicia) 상인들이 제조법을 전수했다는 가설이다[5],[4]. 음식 역사가 앨런 데이비슨(Alan Davidson) 등은 중동과 발칸반도 일대에서 우유를 가열하여 굳히는 전통 유제품인 카이막(Kaymak)과 클로티드 크림의 제조 공정이 사실상 동일하다는 점을 들어 이 가설을 뒷받침한다[4].
타비스톡 수도원의 기록
문헌을 통해 교차검증되는 영국의 자체적 기록은 11세기 데번 지역에서 발견된다[6],[7]. 서기 997년 바이킹의 침략으로 타비스톡(Tavistock) 수도원이 크게 파괴되었을 때, 수도원 재건에 동원된 인부들에게 수도사들이 보상의 의미로 빵 위에 딸기잼과 클로티드 크림을 얹어 제공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6],[4]. 이후 이 음식은 수도원을 방문하는 순례자와 여행객들에게도 대접되었고, 입소문을 타면서 주변 지역으로 퍼져나가 오늘날 영국식 다과 문화의 원형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6].
제법 및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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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냉장 기술이 존재하지 않던 시절, 수분을 증발시키고 유지방만을 분리하여 미생물 증식을 억제하는 것은 우유를 보존하는 필수적인 지혜였다[3],[4]. 현대에 이르러서도 전통적인 맛과 식감을 구현하기 위해 특수한 공정을 거친다.
전통적 제조 공정
클로티드 크림을 만들기 위해서는 균질화(Homogenization) 및 저온살균을 하지 않은 신선한 고지방 우유가 필요하다[2],[4].
- 정치(靜置): 넓고 얕은 팬에 갓 짜낸 원유를 붓고 장시간 가만히 두어 우유의 지방 성분이 자연스럽게 표면으로 떠오르게 한다[1],[5].
- 가열(Heating): 팬을 수조에 넣고 중탕(Bain-marie)하거나 증기를 이용해 80~90°C 사이의 온도로 천천히 가열한다[3],[1]. 이때 우유가 펄펄 끓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8].
- 냉각(Cooling): 표면에 짙은 색의 크림 층과 고소한 막(Crust)이 형성되면 열에서 내린 뒤, 서늘한 곳에 두고 신속히 식힌다[3]. 차가운 온도가 닿으면서 수분(탈지유)은 아래로 가라앉고 윗부분의 지방 층은 더욱 단단하게 결속된다[3].
- 분리(Skimming): 완전히 냉각된 후 상단에 두껍게 엉긴 덩어리(Clots 또는 Clouts)를 조심스럽게 걷어낸다[1],[2].
현대의 상업적 대량 생산에서는 원심분리기를 활용하여 공정을 단축하는 경우도 있지만[3], 상단에 형성되는 노란색의 단단한 크러스트(Crust)는 고유의 가열 과정을 통해서만 제대로 얻어진다[3]. 영국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상업 생산 업체인 로다스(Rodda's)는 1890년대부터 전통적인 풍미를 지닌 크림을 생산해 오고 있으며, 공장 설비를 거치더라도 고유의 방식에 따라 하루에 최대 25톤을 생산한다[1],[5].
특징 및 다른 유제품과의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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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티드 크림은 사용하는 원유의 질에 큰 영향을 받는다[2]. 잉글랜드 남서부는 기후가 온화하고 비가 잦아 목초지가 발달했으며, 이 풀을 뜯어 먹고 자란 저지(Jersey)종 및 건지(Guernsey)종 소의 우유는 지방과 카로틴(Carotene) 함량이 매우 높다[5],[2]. 이 때문에 완성된 크림은 인공 색소 없이도 짙은 상아색이나 옅은 황금빛을 띠게 된다[5],[8].
유제품 종류별 성분 및 용도 비교
클로티드 크림은 발효 과정을 거치지 않아 신맛이 거의 없고 묵직한 고소함이 도드라지며, 다른 유제품과 비교할 때 독보적인 유지방 함량을 자랑한다[3],[2].
| 유제품 명칭 | 평균 유지방 함량 | 제조 방식 및 특성 | 주요 용도 |
|---|---|---|---|
| 클로티드 크림 | 55~64%[3],[1] | 우유를 가열·냉각해 굳은 지방을 걷어냄. 산미 없이 고소함. | 스콘, 애프터눈 티 |
| 버터 (Butter) | 80% 이상 | 크림을 강하게 교반해 지방을 뭉치고 수분을 제거함. | 제과·제빵, 요리 전반 |
| 마스카포네 | 40~50% | 크림에 산(Acid)을 가해 응고시킨 이탈리아식 연질 치즈. | 티라미수 등 디저트 |
| 더블 크림 | 약 48%[3] | 생크림의 일종으로 지방을 농축한 형태. 주로 액상으로 유통. | 휘핑, 소스 제조 |
| 크렘 프레슈 | 30~45% | 크림에 유산균을 넣어 발효시킴. 톡 쏘는 산미가 특징임. | 소스, 수프 가니시 |
원산지 명칭 보호 (PDO)
클로티드 크림 중에서도 콘월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은 1998년 유럽연합(EU)의 원산지 명칭 보호(PDO) 지정을 받았다[1]. '코니시 클로티드 크림(Cornish clotted cream)'이라는 명칭을 공식적으로 사용하려면 반드시 콘월 지역 내에서 생산된 우유를 사용해야 하며, 첨가물 없이 유지방 함량이 최소 55% 이상이어야 한다는 엄격한 규정을 충족해야 한다[1],[2]. 영국의 브렉시트(Brexit) 이후 이 인증은 영국 국내법에 의해 편입되어 동일하게 보호받고 있다[1].
크림 티(Cream Tea) 문화와 지역적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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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티드 크림의 소비 형태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영국의 '크림 티' 문화다[6],[9]. 크림 티는 차에 크림을 타 마시는 것이 아니라, 홍차 한 잔에 스콘, 딸기잼, 클로티드 크림을 한 세트로 곁들여 먹는 상차림 자체를 뜻한다[6],[9].
이 문화를 향유함에 있어 잉글랜드 남서부의 두 이웃 지역은 스콘에 내용물을 바르는 순서를 두고 오랜 문화적 자존심 싸움을 벌여왔다[6],[10].
- 콘월(Cornwall) 방식: 반으로 가른 스콘 위에 딸기잼을 먼저 얇게 펴 바른 뒤, 그 위에 클로티드 크림을 수북하게 얹는 방식이다[6],[10]. 잼의 달콤함이 빵에 스며들게 하고, 크림 본연의 형태와 풍성함을 시각적으로 돋보이게 한다[10].
- 데번(Devon) 방식: 스콘에 클로티드 크림을 버터처럼 먼저 발라 빵의 열기로 살짝 스며들게 한 다음, 그 위에 잼을 올리는 방식이다[10],[7]. 유지방이 빵과 수분 사이의 장벽 역할을 하여 식감과 맛의 균형을 잡아준다고 평가한다[10].
이러한 논쟁은 '크림이 먼저인가, 잼이 먼저인가(Cream or jam first?)'라는 영국 내의 대중적인 문화적 담론으로 자리 잡았으며[6],[10], 왕실 셰프나 유명 파티시에들의 취향이 언론에 오르내릴 만큼 일종의 식문화 밈(Meme)으로 통용된다[10].
같이 보기
각주
참고 문헌
- Alan Davidson, 《The Oxford Companion to Food》, Oxford University Press, 2014.
- European Commission, 'Cornish Clotted Cream PDO', DOOR Database, 1998.
- Jane Pettigrew, 《A Social History of Tea》, National Trust Enterprises Ltd, 20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