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분발효차
부분발효차(部分醱酵茶)는 찻잎을 수확한 후 가공 과정에서 산화효소의 작용을 인위적으로 조절하여 10%에서 80% 사이의 범위로 부분 산화시킨 차를 통칭한다[1][2]. 동양의 6대 다류 분류 체계 중 청차(靑茶), 혹은 우롱차(烏龍茶)가 여기에 속하며, 녹차의 산뜻함과 홍차의 깊은 향미를 동시에 갖춘 독특한 성질을 지니고 있다[3][4].
어원과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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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발효차는 대개 6대 다류 분류상의 청차(靑茶) 혹은 우롱차(烏龍茶)와 동의어로 사용된다[1][4]. 우롱차라는 명칭은 완제품 찻잎의 색깔이 까마귀(烏)처럼 검고, 모양이 용(龍)처럼 구부러져 있는 형태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지배적이다[4]. 또 다른 기원으로는 명나라 말기에서 청나라 초기, 푸젠성(福建省) 안계(安溪)현의 사냥꾼이었던 '오룡(烏龍)'이라는 인물이 찻잎을 딴 후 야생 동물을 사냥하느라 제때 차를 덖지 못했는데, 하룻밤 사이에 자연스럽게 시들며 가장자리가 붉게 변하면서 맑은 향기를 내뿜어 부분발효차의 제법을 우연히 발견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부분발효차 제법의 핵심은 송나라 때의 용봉단차(龍鳳團茶)와 같은 덩어리차 제조 기법에 존재하던 위조(시들리기) 공법이 점차 산차(散茶, 잎차) 제법으로 발전하면서 완성되었다는 점이다. 명나라 대에 이르러 덩어리차 생산이 금지되고 잎차의 시대가 열리며 찻잎에 가벼운 산화를 허용하는 "반홍반록(半紅半綠)"의 청차 제조 공정이 확립되었다. 이후 이 기법은 푸젠성의 무이산(武夷山) 일대와 광둥성(廣東省), 그리고 대만 등으로 전파되며 세계적인 차 품종군으로 발전하였다[4].
제조 공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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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발효차의 제조 과정은 6대 다류 중 가장 복잡하고 정교하며, 제다사의 감각적 판단이 완제품의 품질을 크게 좌우한다[5]. 일반적인 가공 흐름은 다음과 같다[6].
- 위조(萎凋, 시들리기): 수확한 생엽의 수분을 증발시켜 찻잎을 부드럽게 만들고 향기 성분의 발현을 준비하는 단계다[7][8]. 햇볕에 널어두는 실외 위조(쇄청)와 실내에서 적정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며 시들리는 실내 위조(량청)로 나뉜다[6].
- 주청(주청): 부분발효차 특유의 향과 맛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공정이다[9]. 찻잎을 대나무 바구니나 드럼 모양의 기계에 넣고 가볍게 흔들거나 비벼주는 요청(搖靑)과, 찻잎을 정적으로 두고 발효를 유도하는 정치가 반복된다[10]. 이 과정에서 찻잎 가장자리의 세포막이 파괴되며 세포 내의 폴리페놀옥시다아제(polyphenoloxidase)와 같은 산화효소가 산소와 반응하여 산화(발효)가 진행된다[6][11]. 찻잎 가장자리가 붉게 변하는 "녹엽홍양변(綠葉紅鑲邊)" 현상이 이때 나타난다[6].
- 살청(殺靑, 덖기): 원하는 만큼의 산화가 달성되었을 때, 고온의 가마솥에서 찻잎을 덖어 산화효소를 불활성화시키는 단계다[11][12]. 이를 통해 더 이상의 산화 진행을 방지하고 차의 품질을 고정한다[6][8].
- 유념(揉捻, 비비기): 살청을 마친 찻잎을 비벼 세포를 추가적으로 파괴함으로써 차를 우릴 때 성분이 쉽게 침출되도록 하고, 찻잎의 외형을 조각이나 반구형 등으로 성형하는 단계다[5][11].
- 건조(乾燥) 및 배화(焙火): 수분을 완전히 제거하여 장기 보존성을 높이고, 숯불이나 온풍을 이용해 구운 향(로스팅 향)과 깊은 단맛을 더하는 마지막 공정이다[7][13].

주요 산지와 종류별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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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발효차는 생산지와 품종, 그리고 가공 시의 발효(산화) 정도 및 배화 수준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구분된다[4]. 주요 산지로는 중국 푸젠성, 광둥성, 그리고 대만이 꼽힌다[4].
| 구분 | 주요 품목 및 특징 | 대표적 종류 |
|---|---|---|
| 민북오룡 (푸젠성 북부) | 무이산 일대의 바위 틈에서 자란 차나무에서 채엽하며, 중(重)발효와 강한 탄화(배화)를 거쳐 암골화향(岩骨花香)이 뚜렷한 정암차가 중심을 이룬다[5][14]. | 대홍포(大紅袍), 수선(水仙), 육계(肉桂), 철라한(鐵羅漢)[14] |
| 민남오룡 (푸젠성 남부) | 상대적으로 가벼운 경(輕)발효 혹은 중(中)발효를 거치며, 구형으로 말린 외형과 시원하고 맑은 난초 향(청향)이 특징이다. | 안계철관음(安溪鐵觀音), 황금계(黃金桂)[14] |
| 광동오룡 (광둥성) | 단일 차나무 품종에서 채엽하여 가공하는 단총(單叢) 위주로 구성되며, 천연 꽃과 과일의 강렬하고 정교한 향기가 매우 뛰어난 편이다[14]. | 봉황단총(鳳凰單叢), 봉황수선(鳳凰수선)[14] |
| 대만오룡 (대만) | 해발 고도가 높은 고산 지대에서 재배되는 차나무가 많아 고산기(高山氣)가 특징이며, 발효 정도에 따라 매우 폭넓은 스펙트럼을 지닌다[2]. | 동정오룡(凍頂烏龍), 백호우롱(동방미인), 아리산오룡(阿里山烏龍)[4][14] |
특히 대만의 백호우롱은 소록엽선이라는 작은 멸구류 곤충이 찻잎을 갉아먹도록 유도하여 가공하는 독특한 차로, 곤충의 타액과 찻잎의 자가방어 작용이 결합하여 특유의 천연 과일 향과 머스캣 향을 자아낸다. 민북 무이산의 대표적인 명산지로는 전통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3갱 2간 계곡이 있다.
성분적 특성과 화학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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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발효차의 화학적 매력은 불발효차(녹차)의 카테킨류 성분과 완전발효차(홍차)의 중합 성분이 한 그릇에 균형 있게 공존한다는 점이다[10].
- 폴리페놀의 산화 중합: 생엽의 찻잎에 가장 풍부한 카테킨류, 특히 에피갈로카테킨 갈레이트(EGCG) 등은 주청(주청) 단계의 효소 산화를 거치며 서로 결합하여 이합체인 테아플라빈(theaflavins)과 다량체인 테아루비긴(thearubigins) 등으로 전환된다[15][16]. 테아플라빈은 찻물에 투명감과 황금빛 등적색을 부여하고, 테아루비긴은 수색의 깊이와 농후함을 강화한다[16].
- 향기 성분의 풍부화: 불발효차에 비해 부분발효차는 위조와 산화 과정을 거치는 동안 수백 가지의 휘발성 향기 성분(리날로올, 게라니올 등)이 새롭게 생성된다[8][14]. 이는 과일 향, 꿀 향, 난초 향 등 부분발효차 고유의 정교한 꽃 향기와 과일 향의 토대가 된다[8].
- 아미노산과 카페인: 감칠맛을 내는 테아닌을 비롯한 유리아미노산은 제다 과정 중 보존되거나 배화 시 가열로 인해 일부 환원당과 반응하여 메일라드(Maillard) 반응을 일으켜 구수하고 달콤한 캐러멜 풍미를 형성한다[8][17]. 카페인은 제다 과정 중에 크게 파괴되지 않고 일정량을 유지하여 차의 각성 작용을 뒷받침한다[18].
효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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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발효차는 풍부한 항산화 성분과 대사 촉진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건강 유지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19][20].
- 지방 대사 및 신진대사 촉진: 부분발효차에 함유된 고분자 폴리페놀(중합 카테킨)은 췌장의 리파아제 활성을 저해하여 소화관 내 지방의 흡수를 억제하고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19]. 이로 인해 체지방 감소와 다이어트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차로 인식되고 있다[21].
- 항산화 및 세포 보호: 산화 과정에서 생성된 테아플라빈과 잔존하는 에피갈로카테킨 갈레이트는 체내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나타낸다[18][22]. 이러한 기전은 인체 내 세포의 에너지 공장인 미토콘드리아를 보호하고 신체 노화를 억제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혈관계 건강 증진: 차 속의 다양한 플라보노이드 물질들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개선하고 혈전 형성을 억제하여 심혈관 질환 예방에 긍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보고된다[19][22]. 세포 신호 전달 과정에서 G 단백질 연결 수용체와 연관된 항염증 경로를 자극하여 염증 유발 물질을 억제하는 데 기여하기도 한다.
- 치아 우식 예방: 타닌과 불소 성분이 입안의 유해 세균 번식을 억제하고 식후 산성도를 조절하여 충치와 구취를 예방하는 데 도움을 주는 작용을 기대할 수 있다[3].
음용법과 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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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발효차는 찻잎의 향과 맛이 매우 풍부하고 여러 번 우려도 향미가 끊이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전통적인 중국의 '공부다법(工夫茶法)'에 적합하다[10].
- 온도: 녹차보다 높은 온도를 사용한다[21]. 산화 및 배화도가 높은 민북우룡이나 철관음 등은 95℃ 이상의 끓는 물로 우려내야 고유의 묵직한 배화 향과 바위 기운(암운)을 충분히 이끌어낼 수 있으며, 백호우롱 등 약발효차는 85℃~90℃의 약간 한 김 식힌 물이 꽃 향과 단맛을 살리기에 적합하다.
- 다기: 부분발효차를 우릴 때는 보온성과 차의 떫은맛을 제어하는 능력이 탁월한 자사호(자사 진흙으로 만든 주전자)가 으뜸으로 꼽힌다. 자사호의 미세한 기공은 향을 머금고 차 맛을 부드럽게 순화해 준다. 자사호 외에도 차의 맑은 향기를 여실히 살려주는 도자기 개완(蓋碗)을 사용하여 우려내는 방식도 대중적이다. 차를 마실 때는 먼저 잔에 따르기 전에 길쭉한 문향배(聞香杯)에 담아 찻잎이 내뿜는 화려한 천연 향을 먼저 음미한 후 마시는 전통이 정착되어 있다.
같이 보기
각주
참고 문헌
- 정동효, 윤백현, 이영희, 《차 생활 문화 대전》, 홍익재, 2012.
- 조은아, 《중국차의 이해》, 지영사, 2013.
- 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 《티소믈리에 가이드》, 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 2013.



